티씨케이 주가 4배, 지배적 리더를 나는 왜 관망하나

📋 내 입장 정리

티씨케이 주가는 저점 대비 약 4배 올라 30만원 부근 고점권에 있다. SiC 링 80% 지배력은 진짜라고 보지만, 좋은 소식이 이미 값에 다 들어간 자리라 나는 신규 진입을 하지 않고 관망한다. 담기 시작할 조건과 지배력이 실제로 깨지는 신호를 미리 적어둔다.

반도체 소부장 해자 시리즈를 쓰면서 앞의 두 종목은 공교롭게 둘 다 반토막이었다. HPSP도, 파크시스템스도 고점 대비 절반 넘게 빠진 자리에서 나는 담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티씨케이는 정반대다. 52주 저점이 8만1,400원, 봄에 찍은 고점이 31만2,000원. 저점 대비 거의 네 배다. 같은 “해자”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이번엔 급락 종목이 아니라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종목 앞에 서 있다. 그래서 티씨케이 주가를 두고 내가 내린 결론은 앞 두 편과 달랐다 — 나는 이번엔 담지 않고 관망하기로 했다.

반도체 식각 공정 웨이퍼 클로즈업 자료사진 — 티씨케이 SiC 링이 쓰이는 공정
반도체 식각 공정의 웨이퍼(자료사진: Laura Ockel/Unsplash) — 티씨케이 SiC 링·포커스링은 이 공정에서 웨이퍼를 받치는 소모성 부품이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관망은 “나쁜 회사”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어떤 종목보다도 해자 자체는 선명하다.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가격이다. 솔직히 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는데, 표를 몇 개 그려보고 접었다. 왜 그렇게 봤는지 순서대로 적는다.

고백하자면 처음 이 종목을 시리즈 목록에 올릴 때, 나는 반쯤은 앞의 두 편처럼 “눌림에 담는 일지”가 될 거라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해자 시리즈에 넣을 정도면 당연히 좋은 회사일 테고, 좋은 회사가 소부장 조정으로 빠져 있으면 담으면 되니까. 그런데 차트와 실적표를 나란히 놓고서야 이 종목이 저점이 아니라 고점 근처라는 걸 새삼 확인했다. 지난 편들의 관성으로 결론을 미리 정해두면 안 된다는 걸 스스로에게 확인시킨 셈이다. 이 글이 앞 두 편과 결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목차읽는 데 약 9분

내가 티씨케이를 SiC 링 지배적 리더로 인정하는 이유

첫째, 식각 챔버 소모성 부품에서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점유

티씨케이의 매출은 대부분 Solid SiC 부품에서 나온다. 최근 분기 기준으로 이 부문이 전체 매출의 약 77%를 차지한다. 대표 제품인 SiC 링(포커스링)은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웨이퍼를 고정하고 플라즈마 밀도를 균일하게 잡아주는 소모성 부품이다. 기존 실리콘·쿼츠 링보다 플라즈마 내성이 1.5배 이상 강하고 교체 주기가 길어, 공정이 가혹해질수록 SiC로 수요가 넘어간다.

이 시장에서 티씨케이의 세계 점유율은 오랫동안 80% 수준으로 전해져 왔다(전자신문·디일렉 등 업계 보도). 일본 도카이카본이 최대주주인 회사이고, 원재료도 모회사에서 들여온다. 사실상 독점이라 불릴 만한 구도였고, 그 결과가 숫자에 드러난다. 영업이익률이 분기에 따라 30%대 중반에서 39%까지 나온 적이 있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인 걸 감안하면 이건 소재 업체의 수익성이 아니다.

둘째, 진짜 해자는 특허가 아니라 장비사 퀄과 소모성 락인이었다

여기서 내가 한때 잘못 봤던 걸 인정하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예전에 티씨케이의 독점이 ‘특허’로 지켜진다고 믿었다. 그런데 디에스테크노와의 특허 분쟁에서 SiC 링의 소재·물성 특허는 2심에서 무효로 판결됐고, 제조 방법 특허만 인정됐다. 특허라는 울타리는 사실상 걷힌 셈이다. 그런데도 점유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걸 보면서 해자의 정체를 다시 배웠다. 이 바닥의 진짜 해자는 특허가 아니라 ‘검증된 이력’이다. 티씨케이는 비포마켓(before-market) 업체로, TEL·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같은 글로벌 식각 장비사를 거쳐 부품을 공급한다. 장비사 퀄(품질 승인)을 통과한 부품은 웬만해선 갈아치우지 않는다. 링 하나 바꾸려면 공정을 세우고 챔버를 다시 세정해야 하니, 검증된 부품을 계속 쓰는 게 싸다. 이게 HPSP를 볼 때 짚었던 것과 똑같은 구조다 — 특허는 표면이고, 설치기반과 전환비용이 본체다.

셋째, NAND 고단화가 구조적 수요를 밀어올린다

소모성 부품 회사의 장점은 실적에 하방 경직성이 있다는 것이다. 팹이 돌아가는 한 링은 계속 마모되고 교체된다. 여기에 성장까지 얹히는 지점이 3D NAND 고단화다. 단수가 올라갈수록 식각 공정의 플라즈마 강도가 세지고, 그럴수록 기존 실리콘 소재를 SiC로 대체할 필요가 커진다. 셀사이드에서는 V8·V9 노드 전환 구간부터 SiC 링 침투율이 급증할 것으로 본다.

왜 3D NAND에서 SiC가 사실상 ‘안 쓸 수 없는’ 부품이 됐는지는 데드존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식각으로 칩에 깊은 구멍을 뚫는 3D NAND 공정에서 포커스링이 마모되면 식각이 제대로 안 되는 영역, 즉 데드존이 생겨 수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단수가 높아질수록 마모에 강한 SiC 링을 쓸 수밖에 없다. 소모성 부품인데 공정 난도가 올라갈수록 채택이 강제된다는 것 — 이게 티씨케이 성장의 뼈대다. 관망을 택했다고 이 스토리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이 그림은 진짜라고 본다.

넷째, 고객·제품 다변화가 예전보다 실적을 덜 흔들리게 만든다

과거 티씨케이의 약점은 소수 국내 고객과 NAND 업황에 지나치게 물려 있다는 점이었다. 업황이 꺾이면 실적도 같이 꺾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중화권 매출 비중이 20%대 후반까지 올라온 것으로 셀사이드는 파악한다. 중국 YMTC의 대규모 신공장이 하반기 완공되며 여기서 나오는 물량이 실적을 받쳐주고, 반도체 흑연 부문도 중국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특정 고객 의존도를 낮췄다는 건 사이클 저점에서의 하방을 얕게 만든다는 뜻이다.

제품 축도 넓어지고 있다. TaC(탄화탄탈) 코팅 링처럼 SiC 링 옆에 붙는 신사업이 차량용 반도체 수요 반등과 함께 가시성을 키우는 중이다. 여기에 회사는 2025년 초 5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 신탁을 결정하며 주주환원 의지도 보였다. 하나하나가 큰 숫자는 아니지만, 합치면 “한 곳이 삐끗해도 전체가 크게 흔들리진 않는” 실적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좋은 회사라는 내 판단의 상당 부분이 이 대목에 있다.

티씨케이 실적과 밸류에이션 — 숫자로 본 지형

왜 회사는 좋은데 값이 부담스러운지는 표로 보면 분명하다. 아래는 셀사이드 추정을 포함한 실적 추이다.

항목 2024 2025E 2026E
매출액 2,757억 3,019억 3,526억
영업이익 807억 약 840억 약 940억
영업이익률 약 29% 약 28% 약 27%
주가 범위(52주) 저점 8.1만 고점 31.2만

출처: 2024 매출·영업이익은 회사 발표치, 2025E·2026E 매출은 키움증권 리포트(2026-01-16) 추정. 2025E·2026E 영업이익은 매출 추정에 20%대 후반 영업이익률 가정을 적용한 역산값(역산), 영업이익률은 그 가정치. 주가 범위는 인베스팅닷컴(2026-04 기준). | 기준: 2026년 7월

표를 읽는 방식은 이렇다. 실적은 우상향이 맞다. 직전 4분기는 고객사 연말 재고조정과 성과급 등 일회성으로 잠깐 주춤했지만(키움증권 프리뷰 기준 영업익 179억), 1분기 개별 실적은 매출 783억·영업익 235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뛰며 턴어라운드했다. 문제는 이 좋은 흐름이 주가에 얼마나 선반영됐느냐다.

주가는 8만원대에서 30만원대로 이미 네 배 가까이 리레이팅됐다. 참고로 증권사 목표가를 시장 정보로 인용하면, 키움증권은 2026년 1월 리포트에서 목표가 22만원을 제시했고, 인베스팅닷컴 집계 기준 애널리스트 5인의 평균 목표가는 30만원 안팎(최저 20만·최고 40만)이다. 여기서 두 가지가 눈에 걸린다. 하나, 봄에 이미 22만원 목표를 훌쩍 넘겨 30만원대까지 왔다는 것. 둘, 컨센서스 평균이 현재가와 거의 붙어 있어 위로 열린 폭이 크지 않다는 것. 나는 내 목표가를 따로 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자리는 ‘싸서 담는’ 자리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리레이팅 자체를 탓하는 게 아니다. 8만원대 시절의 티씨케이는 NAND 한파와 후발주자 우려, 램리서치 점유율 걱정까지 겹쳐 과도하게 눌려 있었다. 그 우려들이 하나씩 해소되며 값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까진 납득이 간다. 문제는 ‘정상화’를 넘어 ‘성장 프리미엄’까지 당겨왔다는 데 있다. 지금 주가를 정당화하려면 2026년뿐 아니라 2027년 침투율 급증 시나리오까지 순조롭게 실현돼야 한다. 좋은 회사에 좋은 기대까지 다 얹힌 값이라, 작은 실망에도 되돌림이 나올 여지가 크다. 이게 내가 표 앞에서 손을 멈춘 지점이다.

같은 해자 시리즈인데 티씨케이만 정반대인 지점

이 글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기다. HPSP와 파크시스템스, 그리고 티씨케이는 사업 구조가 놀랍도록 닮았다. 셋 다 특정 공정 소모성 부품·장비에서 지배적 점유를 쥔 회사고, 셋 다 특허나 원조 프리미엄으로 독점처럼 보이지만 실은 검증·설치기반이 진짜 해자이며, 셋 다 그 해자에 균열(후발주자 진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조는 판박이인데 가격 지형만 정반대다. 그래서 결론도 반대가 됐다.

HPSP와 파크는 반토막 난 자리였다. 좋은 회사의 나쁜 소식이 값에 과하게 반영된 국면이라, 나는 균열을 인정하면서도 담는 쪽에 섰다. 티씨케이는 반대로 좋은 소식이 값에 충분히, 어쩌면 넉넉히 반영된 자리다. 같은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하면, 반토막을 담은 손이라면 4배 오른 걸 고점에서 따라사지 않는 게 맞다. 이게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내 규율이다 — 해자의 질이 아니라 해자 대비 가격을 본다.

티씨케이 주가 SiC 링 해자 대비 가격 지형 비교 개념도
해자는 닮았고 가격 지형만 정반대 — HPSP·파크 vs 티씨케이

또 하나 짚을 균열은 후발주자다. 하나머티리얼즈가 도쿄일렉트론(TEL)으로부터 SiC 링 애프터마켓 양산 승인을 받았고, 케이엔제이·디에스테크노도 진입을 시도해왔다.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조달처 다변화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서 HPSP와 결정적으로 갈리는 대목이 있다. HPSP 편에서 나는 예스티가 삼성전자로부터 400억원대 실물 장비 발주를 따내며 균열이 ‘숫자’로 확인됐다는 점을 무겁게 봤다. 반면 티씨케이의 후발주자들은 아직 그 수준의 반복 실물 물량이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특허 울타리는 걷혔지만 실제 점유율 잠식은 아직 ‘가능성’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티씨케이는 파크·HPSP와 달리 가격은 훨씬 비싸졌는데 해자 균열은 오히려 덜 진행된, 조금 특이한 위치에 있다. 이 비대칭이 내가 ‘싸지 않다’와 ‘해자는 아직 튼튼하다’를 동시에 말하는 이유다.

티씨케이 주가, 내가 보는 세 갈래 경로

내가 보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 (확률 50%)

NAND 고단화 침투율과 중국 증설이 실적을 끌어올리며 실적은 우상향을 이어간다. 다만 주가는 이미 그 기대를 상당 부분 당겨온 상태라, 앞으로는 실적이 밸류에이션을 ‘따라잡는’ 국면이 되기 쉽다. 즉 회사는 계속 좋은데 주가 상승 탄력은 봄보다 둔해지는, 지루한 소화 구간. 이 경로라면 나는 급하게 살 이유가 없다. 실적이 멀티플을 채워주며 밀리는 눌림을 기다리는 게 낫다.

내가 빗나갈 가능성 (확률 30%)

이건 무리한 가정이 아니다. 하반기 삼성전자의 HBM·선단 D램 양산 퀄 결과가 좋게 나오고 극저온 에칭 수요까지 겹치면, 소부장 대장주로서 티씨케이 주가가 컨센서스 위로 다시 뛸 수 있다. 그러면 관망한 내가 틀린 게 된다. 좋은 회사를 비싸다는 이유로 놓치는 것도 실수다. 나는 이 가능성을 30%로 열어둔다. 놓치면 다음 눌림을 기다리는 인내로 갚아야 한다.

그 외 (확률 20%)

워스트(약 12%): 고객사 재고조정이 재발해 분기 실적이 다시 꺾이고, 고점권 밸류에이션이 되돌려진다. 직전 4분기가 그 예고편이었다. 베스트(약 8%): 후발주자 잠식이 끝내 지지부진하고 지배력이 재확인되며 멀티플이 한 단계 더 올라선다. 어느 쪽이든 지금 30만원대 고점에서 신규로 들어가 감당할 시나리오는 아니다.

내가 관망을 접는 조건 — 티씨케이 기준점

관망도 입장이라, 언제 그 입장을 바꿀지를 적어두지 않으면 그냥 방관이다. 나는 두 방향의 신호를 나눠서 본다.

먼저 담기 시작할 신호. 실적이 우상향하는 동안 주가가 조정을 받아 30만원대 고점권에서 의미 있게 물러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풀리는 구간이 오면, 그때가 내가 첫 매수를 넣는 자리다. 소모성 부품의 반복 매출이라는 안정성을 감안하면, 성장 기대를 걷어낸 실적 기반 가치까지 주가가 내려오는 조정은 오히려 반가운 기회가 된다. 특히 7월 말 발표될 2분기 실적에서 재고조정 우려가 해소되고 SiC 침투율 스토리가 숫자로 확인되는데도 주가가 눌려 있다면, 그 조합이 내가 관망을 접는 첫 번째 시금석이다.

다음은 반대로 이 종목을 아예 접게 만드는 신호. 하나머티리얼즈·케이엔제이 같은 후발주자가 삼성·SK 같은 최종 고객에서 ‘반복 발주’라 부를 만한 실물 물량을 뚫어 티씨케이의 80% 구도가 눈에 띄게 흔들리는 것, 그리고 그 잠식이 분기 영업이익률을 30%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 이 둘이 함께 나타나면 프리미엄의 근거가 사라진다. 시간순으로는 후발주자 실물 물량이 먼저 관측될 테니, 그 신호가 뜨는 순간부터 이익률 추이를 분기마다 더 무겁게 따라볼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 내 결론

나는 티씨케이를 사지 않았고, 지금 자리에서는 신규로 담지 않는다. SiC 링 80% 지배와 소모성 락인이라는 해자는 이 시리즈에서 다룬 어떤 종목보다 선명하다고 본다. 다만 그 좋은 이야기가 저점 대비 4배라는 주가에 이미 넉넉히 담겨 있고, 나는 해자의 질이 아니라 해자 대비 가격을 사는 사람이라 이번엔 손을 놓았다. 다음 체크포인트는 7월 말 2분기 실적이다. 재고 국면이 풀리는지, 침투율 스토리가 숫자로 나오는지, 그리고 주가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 세 가지를 같이 보고 관망을 유지할지 다시 정한다. 따라올 테면 따라오라,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반도체 웨이퍼 검사
반도체 웨이퍼 검사 자료사진

이 글은 반도체 소부장 해자 시리즈의 소재 [해자형] 1순위 딥다이브다. 시리즈 전체 지도는 반도체 소부장 해자 지도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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