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주가, 장부가의 15%인데 나는 왜 관망하나
비비안 주가가 애국 매수로 상한가를 맞았다. 장부상 주당 순자산의 15% 값에 거래되니 싸 보이는 건 맞다. 그런데 나는 안 담았다. 그 장부가 자체가 2025년 순손실 126억으로 매년 깎이는 중이고, 최대주주가 하필 광림·쌍방울 계열이라서다. 내 관망이 풀리는 조건은 흑자 전환과 시총 300억 회복, 두 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다.
어제 장에서 비비안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뉴스는 하나같이 같은 그림을 걸었다. “애국기업 상장폐지를 막자”는 개인들의 돈쭐, 60년 넘은 국민 속옷 브랜드, 그리고 29.89% 상한가. 나도 그 온도는 안다. 한성기업·모나미·에넥스를 차례로 지켜보며 같은 장면을 세 번 봤으니까. 그런데 비비안을 열어본 순간 내 눈이 멈춘 숫자는 상승률이 아니었다. 주당 장부가는 5만원을 웃도는데 주가는 8천원대라는, 그 벌어진 간극이었다. 다들 상한가를 보는 자리에서 나는 이 간극을 붙잡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결론은, 이 비비안 주가는 싸서 매력적인 게 아니라 싼 데 이유가 있어서 위험하다는 쪽이었다.
이건 매수 추천 글이 아니다. 시가총액 200억도 안 되는 회사를 나는 사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싼데 지금이라도?”를 검색창에 두드리는 사람의 마음은 이해한다. 그 질문에 내가 자료를 파고 내린 답을 그대로 공개하는, 네 번째 돈쭐 관찰 일지다.
목차
비비안 주가를 밀어올린 건 실적이 아니라 상폐선이었다

먼저 이번 급등의 진짜 동력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 비비안이 좋아져서 오른 게 아니다. 죽을 위기에 몰려서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상장 유지의 시가총액 기준을 대폭 끌어올리는 중이다. 삼일PwC가 정리한 개편안을 보면 유가증권시장 시총 요건은 종전 50억원에서 2026년 200억, 2027년 300억, 2028년 500억으로 단계 상향된다. 그런데 이 일정이 앞당겨졌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거래소는 2026년 2월 시행을 6개월~1년 조기화하는 개정안을 냈고, 5월 금융위 승인을 거쳐 2단계 300억원 기준이 2026년 7월 1일부터 적용됐다. 소액주주연대가 “3단계 연착륙을 복원하라”며 반발한 게 바로 이 대목이다.
돈쭐 네 종목을 같은 자에 놓고 보면
내가 이 시리즈를 네 번째까지 이어오며 얻은 그림이 하나 있다. 같은 “애국 매수 상한가”라도 상폐선까지의 거리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게맛살의 한성기업은 돈쭐로 시총이 규정선을 넘겨 급한 불을 껐고, 국민 볼펜 모나미는 약 501억으로 이미 300억 위에 있다. 반면 국민 가구 에넥스는 193억, 비비안은 196억으로 둘 다 새 기준선 아래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해 비비안의 상한가는 “위기를 벗어난 환호”가 아니라 “아직 선 밑에서 지르는 함성”에 가깝다. 나는 이 거리 감각을 매수·관망을 가르는 첫 번째 잣대로 쓴다. 선을 넘긴 종목과 여전히 100억 넘게 모자란 종목을 같은 온도로 볼 수는 없다.
그 애국 매수의 화력이 그대로 향한 곳이 비비안이다. 시가총액 196억원은 새 기준선에 100억 넘게 모자라니, 위기감이 오히려 매수 명분을 키웠다. 개인들이 “브랜드가 아까우니 살리자”며 돈을 몰아준 것이고, 그 힘으로 비비안 주가가 하루 만에 30% 가까이 튄 것이다. 나는 이 심리를 폄하하지 않는다. 다만 매수 근거로 삼지는 않는다. 상폐선을 향한 돈쭐은 실적을 바꾸지 않는다. 시총을 잠깐 밀어올릴 뿐이다.
국민 브랜드라는 사실은 나도 인정한다
회피 근거만 늘어놓으면 공정하지 않다. 비비안이 아무 회사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1957년 남영염직으로 출발해 이듬해 국내 최초로 스타킹을 만들었고, 여러 차례 사명을 바꿔 2020년 지금의 비비안이 됐다. 1976년 코스피에 올랐으니 상장 이력만 반세기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때는 대표적 국산 언더웨어로 애국 테마에 오르기도 했다. 브랜드 인지도, 유통망, 반세기 업력 — 이건 스타트업이 몇 년에 못 만드는 자산이다. 매출도 여전히 나온다. 문제는 브랜드가 아니라 그 브랜드로 돈을 못 번다는 데 있다.
비비안 주가와 장부가의 간극 — 숫자로 본 딥밸류의 실체
내가 이 종목을 오래 붙잡은 이유가 여기 있다. 표면 지표만 보면 비비안은 전형적인 자산주다. 시장에서 매기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5 안팎. 회사가 장부에 적어둔 순자산의 15% 값에 거래된다는 뜻이다. 주당 순자산(BPS)은 5만원을 넘는데 주가는 8천원대이니, 산술적으로는 “회사를 지금 청산해도 주주 몫이 주가의 여섯 배”라는 그림이 나온다. 딥밸류를 좇는 투자자라면 침이 고일 숫자다.
| 항목 | 2023 | 2024 | 2025 |
|---|---|---|---|
| 매출액 | 2,173억 | 2,352억 | 2,224억 |
| 영업이익 | +49억 | +17억 | −50억 |
| 당기순이익 | −79억 | −38억 | −126억 |
| 부채비율 | 116% | 114% | 145% |
출처: 한국경제 기업재무(에프앤가이드 집계) | 기준: 2025년 연간 잠정
표를 세로로 읽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3년 영업이익 49억, 2024년 17억으로 이미 얇아지던 이익은 2025년 영업손실 50억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3년 내내 마이너스였고 2025년엔 손실 폭이 126억으로 벌어졌다. 부채비율도 116%에서 145%로 뛰었다. 매출은 2,200억대를 지키는데 밑으로 새는 구조라는 뜻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싸다”는 첫인상을 접었다.
여기서 한 겹 더 들어가야 한다. 2025년 영업손실이 일회성 비용 때문이라면 나는 다르게 봤을 것이다. 그런데 매출이 2,352억(2024)에서 2,224억(2025)으로 뒷걸음친 것과 나란히 이익이 마이너스로 꺾였다는 건, 본업 자체의 마진이 얇아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언더웨어는 원부자재·인건비·유통 수수료가 촘촘히 물리는 업종이라 매출이 조금만 줄어도 영업 레버리지가 거꾸로 작동한다. 브랜드가 팔리는 것과 팔아서 남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나는 매출 규모가 아니라 이 마진의 방향을 본다. 방향이 아래로 꺾인 회사의 장부가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비비안 주가가 싼 게 아니라 장부가가 녹고 있다
이게 내가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다. PBR 0.15는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시장이 과도하게 버렸다”는 저평가론. 다른 하나는 “시장이 이 장부가를 안 믿는다”는 경고론. 나는 후자로 본다. 근거는 표 맨 아랫줄에 이미 나와 있다. 순손실은 곧 자본의 감소다. 2025년 126억 순손실은 그해 자기자본에서 126억이 빠져나갔다는 뜻이고, 그만큼 BPS도 줄어든다. 즉 PBR을 싸 보이게 만드는 그 분모(순자산)가 해마다 깎이고 있다. 오늘의 “장부가 15%”가 내년에도 15%라는 보장이 없다. 자본이 녹는 속도가 주가 하락 속도를 따라잡으면, 지금 싼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싸질 이유가 되는 것이다.
회사가 손을 놓았던 것도 아니다. IB토마토 보도를 보면 비비안은 앞서 유상증자 430억원과 전환사채로 자금을 수혈해 마스크·애슬레저·지분투자 같은 신사업에 밀어넣었다. 마스크에는 300억원을 투자했지만 경쟁 심화 속에 메디톡스와의 204억원 공급계약이 해지됐고, 인피니티엔티 지분에 약 575억원을 넣었다가 기타대손상각비가 붙어 손익을 갉았다. 자본을 태워 성장 동력을 사려다 자본만 태운 그림에 가깝다. 나는 이런 이력을 “저평가 해소의 촉매”로 세지 않는다. 오히려 장부가를 믿기 어렵게 만드는 감점 요인으로 본다.
시야를 밖으로 돌려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미국의 헤인즈브랜즈나 일본의 와코루 같은 글로벌 이너웨어 기업들도 인구·소비 구조 탓에 저성장에 시달린다. 속옷은 원래 폭발 성장하는 업종이 아니다. 그러니 비비안의 진짜 문제는 “속옷이라서”가 아니다. 같은 저성장 업종에서도 어떤 회사는 얇게라도 흑자를 내며 버티는데, 비비안은 이익이 아니라 자본을 헐어 시간을 사왔다는 점이다. 업종의 한계와 이 회사의 한계는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비비안 주가에 붙은 할인은 업종 탓보다 회사 탓이 크다는 게 내 판단이다.

비비안 주가, 내가 그리는 세 갈래 시나리오
그럼에도 확률은 갈라진다. 나는 이 종목을 사지 않지만, 안 사는 것과 어떻게 흘러갈지 안 보는 것은 다르다. 내가 머릿속에 세워둔 갈래는 셋이다.
내가 가장 무겁게 두는 경로 (관망 유지)
돈쭐 열기가 식으면 거래대금이 빠지고 주가는 상한가 이전 자리로 되돌아가는 흐름이다. 실적이 그대로인 한 시총은 다시 300억 선 아래에서 오르내리고, 상장 유지를 위한 유상증자·감자·자산 매각 같은 카드가 반복해서 거론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 지분은 희석된다. 내가 손을 대지 않는 이유가 여기서 다시 확인된다.
내가 틀릴 수 있는 경로 (반등의 실체화)
이건 무시할 수 없는 가능성이다. 본업 구조조정이 먹혀 다시 영업흑자로 돌아서거나, 부동산·브랜드 같은 자산을 실제로 현금화해 시총을 300억 위로 안착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PBR 0.15가 착시가 아니라 진짜 저평가였다는 뜻이 된다. 나는 이 경로를 배제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손에 쥔 숫자로는 확신할 근거가 없어서 관망일 뿐이다.
가장 피하고 싶은 경로 (실질심사)
적자가 더 깊어지고 자본잠식이 현실화되면 시총 미달을 넘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라는 다른 관문이 열린다. 순손실이 자기자본을 계속 갉으면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닿을 수 있고, 그다음은 브랜드 가치와 무관하게 거래정지·정리매매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다. 확률은 낮게 보지만 0으로 두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 갈래에서 개인 투자자가 가장 아프게 배우는 게 하나 있다. 상장 유지를 위해 회사가 꺼내는 카드 — 유상증자, 감자, 자산 매각 — 는 대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하거나 훼손한다는 점이다. “싸서 샀는데 더 싸지는” 전형적 함정이 여기서 나온다. PBR 0.15라는 숫자가 안전마진처럼 보여도, 그 마진을 회사가 스스로 깎아 쓰는 상황이라면 안전하지 않다.
최대주주가 하필 광림이라는 점

재무만으로도 나는 이미 관망인데, 지배구조가 그 판단을 굳혔다. 비비안은 2019년 쌍방울그룹 계열 광림에 인수됐다. 문제는 이 그룹의 최근 이력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쌍방울그룹은 김성태 전 회장의 대북송금 사건으로 흔들렸고, 2023년엔 광림·비비안과 관련한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가 있었으며, 2025년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았다. 같은 계열의 광림은 2026년 상장폐지 절차까지 갔다. 나는 오너 리스크를 정성적 감점 정도로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상폐선에 걸린 회사에서 대주주의 신뢰도는 유상증자 성공 여부, 자산 매각의 공정성, 소액주주 보호 같은 실질 변수에 직접 닿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응원하지만, 그 브랜드를 쥔 손까지 응원할 근거는 내게 없다. 특히 같은 그룹의 광림이 2026년 끝내 상장폐지 절차로 갔다는 사실은, 내게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눈앞의 선례로 읽힌다. 한 지붕 아래 있던 계열사가 이미 시장에서 밀려난 마당에, 나는 같은 지붕의 비비안을 편하게 담을 수가 없다.
내 관망이 풀리는 기준점
그래서 내 기준점은 가격이 아니라 사실의 순서다.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실적이다. 반기·연간 실적에서 영업손익이 다시 흑자로 방향을 트는지가 첫 관문이다. 그게 확인되면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300억 선 위에서 며칠이 아니라 몇 주 단위로 유지되는지를 본다. 마지막으로 대주주發 리스크 — 추가 소송, 무리한 증자, 자산 헐값 매각 같은 신호가 잦아드는지를 얹는다. 이 세 가지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하면 그때 관망을 접고 다시 자리에 앉을 것이다. 반대로 셋 중 무엇도 움직이지 않는데 주가만 뛰면, 그건 내게 신호가 아니라 소음이다. 거래소 상장폐지·투자유의 공시와 반기보고서를 그 순서대로 확인할 생각이다.
비비안 주가는 브랜드를 아끼는 마음과 다른 계산이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반세기 넘은 국산 브랜드가 상폐선에 걸려 개인들의 온정으로 하루를 버티는 장면은, 숫자를 떠나 마음이 쓰인다. 나도 비비안이라는 이름에 익숙한 세대다. 그래서 더, 감정과 판단을 갈라놓으려 애썼다. 브랜드를 응원하는 것과 그 주식을 사는 것은 다른 결정이다. 돈쭐은 소비의 영역에서 아름답지만, 상폐선을 넘기는 힘은 실적과 자본에서 나온다.
사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나는 돈쭐 상한가가 하루 이벤트로 끝날 거라 단정했다. 그런데 한성기업이 이틀 연속 오르는 걸 보며 그 예단이 절반은 빗나갔음을 인정했다. 애국 매수의 화력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세고 오래갔다. 그래서 비비안에서도 “곧 식는다”는 단정은 접어뒀다. 다만 그 화력이 실적을 바꾸지 못한다는 판단만은 세 번의 관찰을 거치며 오히려 단단해졌다. 주가는 며칠 더 갈 수 있어도, 자본이 녹는 방향은 그 며칠로 바뀌지 않는다.
정돈하면 이렇다. 나는 비비안을 사지 않았고, 지금도 미보유 관찰이다. PBR 0.15는 매력이 아니라 시장이 장부가를 못 믿는다는 신호로 읽었고, 2025년 적자 전환과 광림·쌍방울 오너 리스크가 그 불신을 정당화한다고 봤다. 흑자 전환과 시총 300억의 지속적 회복 — 이 둘이 같이 확인되기 전까지 내 지갑은 닫혀 있다. 다음 체크포인트는 2분기 실적과 상폐 관련 공시이고, 그중에서도 본업이 다시 흑자 신호를 내는지가 내 관망을 흔들 첫 변수다. 네 판단은 네 몫이다. 나는 내가 본 그림을 여기 그대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