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락에 물린 내 계좌, 그래도 분할로 더 담는 이유
코스피 급락 국면에서 내 계좌는 두 자릿수 마이너스다. 그런데 나는 이걸 지수의 붕괴가 아니라 반도체 두 종목의 흔들림으로 읽고 있고, 그래서 팔기보다 눌림목에서 분할로 더 담는 중이다. 가설이 깨지는 기준점은 아래에 적어둔다.
한 달 전만 해도 계좌를 열 때 기분이 좋았다. 6월 초 코스피가 8,800선을 넘고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7,000조를 돌파하던 그 즈음, 내 보유 종목 대부분이 파랬다. 그리고 지금, 같은 계좌를 열면 화면이 온통 빨갛다. 솔직히 쓰기 민망하지만 이게 이 일지의 목적이니 적는다. 내 계좌들은 지금 두 자릿수로 물려 있고, 그중 메인 계좌가 제일 깊다. 6월 고점에서 밀린 폭이 그대로 손실로 찍혀 있다.
그래서 “코스피 급락, 지금이라도 던져야 하나”를 나도 매일 아침 자문한다. 이 글은 그 자문에 내가 스스로 내놓은 답이다. 결론만 먼저 말하면 나는 안 던졌다. 오히려 몇몇 종목은 이 하락에서 분할로 더 담았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하게 될 조건은 무엇인지를 남긴다.
목차
코스피 급락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흔들린 건 지수가 아니다
내가 이번 하락에서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무엇이 빠졌는가”였다. 지수 숫자만 보면 코스피 전체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섹터를 뜯어보면 그림이 다르다.
어제(7월 7일) 하루 섹터별 등락을 늘어놓으면 이렇다. 낙폭이 가장 컸던 건 반도체 쪽으로, 섹터가 5% 가까이 빠졌고 그 중심에서 삼성전자 한 종목이 6%대 급락하며 외국인·기관의 대량 순매도를 맞았다. 자동차·2차전지가 2%대, 건설·인프라가 3%대, 금융이 1%대로 뒤를 따랐다. 그런데 같은 날 소비재는 오히려 2%대, 바이오는 1%대로 올랐다. 전 종목이 한꺼번에 투매된 게 아니라, 시가총액 최상단 성장주에서 자금이 빠지고 일부가 다른 섹터로 옮겨간 순환에 가까웠다. 낙폭의 크기가 반도체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지수가 급락처럼 보인 건 이 최상단이 흔들렸기 때문이지, 시장 전체가 동시에 같은 폭으로 무너진 게 아니었다. 나는 이 차이를 계좌 색깔로도 체감했다. 반도체 비중이 큰 계좌는 더 빨갛고, 전력기기·소비재가 섞인 계좌는 덜 빨갛다. 같은 “코스피 급락”이어도 계좌마다 상처의 깊이가 달랐다.
이게 내가 이번 코스피 급락을 지수의 붕괴가 아니라 “쏠림의 되돌림”으로 읽는 이유다. 인베스트조선이 전한 셀사이드 집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12개월 예상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달한다. 지수가 이 두 종목의 영업이익률 곡선에 사실상 인질로 잡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반도체가 조정받으면 지수는 실제 시장 심리보다 더 아파 보인다. 나는 이 착시를 역이용하는 쪽에 서 있다.

코스피 급락 국면의 숫자들 — 내가 실제로 확인한 것
감정으로 팔지 않으려면 숫자를 봐야 한다. 내가 이번 국면에서 대조한 데이터는 이렇다.
지수 자체는 며칠 사이 하루 8%대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변동성이 극단으로 벌어진 장이다. 6월에는 하루에 8% 넘게(612포인트) 튀어 오른 날 바로 다음 거래일 갭하락으로 되돌리는 장면까지 나왔다.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양방향으로 번갈아 발동됐고, 최근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걸리며 장중 7,700선이 무너진 날도 있었다. 이런 진폭은 시장이 방향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급은 확실히 이탈 쪽으로 기울어 있다. 6월 한 달만 봐도 외국인이 십수 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간 구간이 있었고, 이 글을 쓰는 오늘(7월 8일)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대규모로 순매도 중이다. 무게추가 파는 쪽에 실려 있다.
자금 쪽 신호는 더 차갑다. 투자자예탁금이 120조 아래로 내려앉았고, 한 달 새 20조 가까이 빠지며 반대매매가 다시 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레버리지로 들어왔던 자금이 청산되는 국면이라는 뜻이고, 이건 단기적으로 하방을 더 무겁게 만든다. 내가 이 하락을 가볍게 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포워드 쪽 숫자는 여전히 위를 가리킨다. 하나증권 추정 기준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올해 689조, 내년 853조로 사상 최고 경신 경로다. 외국계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목표치를 9,000에서 1만2,000으로 상향했고,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강세 시나리오 기준 연말 1만을 제시했다. 이 숫자들이 맞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지금의 급락이 실적 훼손이 아니라 수급·심리발이라는 내 판단과는 방향이 같다.
내가 이 코스피 급락을 눌림목으로 본 근거 — AI 캡엑스 공급국
여기가 내 베팅의 핵심이다. 나는 한국 증시를 “AI를 쓰는 나라”가 아니라 “AI 캡엑스를 제조업 이익으로 흡수하는 공급국”으로 본다. 이건 하나증권·미래에셋 등의 하반기 전략에서 반복되는 프레임인데, 나는 이 논리에 실제로 돈을 걸어왔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소비 경기와 무관하게 확대되고 있고, 그 투자는 GPU·메모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력망, 발전설비, 변압기, 에너지저장으로 물리적 병목이 옮겨간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기기, 원전·발전설비를 동시에 가진 드문 공급망이다. 내가 반도체만이 아니라 전력기기 쪽을 함께 들고 있는 이유가 이거다.
이 프레임은 나만의 감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의 하반기 전략은 실적을 주도하는 업종으로 반도체와 함께 전력기기·조선·방산을 나란히 꼽았고, 톱픽 목록에도 전력기기 계열 종목이 포함돼 있다. 셀사이드가 이미 “반도체와 그 친구들”로 전력·발전 밸류체인을 묶어 보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그 친구들 쪽에 미리 자리를 잡아 둔 셈이고, 이번 조정에서 그 판단을 흔들 만한 실적 훼손은 아직 못 봤다.

그래서 이번 급락의 성격이 내겐 중요하다. 흔들린 건 반도체 쪽이고, 내 전력기기 보유분은 오히려 자금이 반도체 한 곳에 쏠렸다가 풀리는 국면의 반대편에 설 수 있다. 시장 다수는 “코스피 급락 = 다 판다”로 반응하지만, 나는 쏠림이 풀리는 구간이 오히려 반도체 밖 실적주에는 자금이 되돌아오는 창일 수 있다고 본다. 이게 남들과 다르게 보는 지점이다.
솔직히 인정할 것도 있다. 6월에 지수가 8,800을 찍을 때 나는 이 변동성의 크기를 과소평가했다. 쏠림이 심한 시장은 올라갈 때만큼 내려올 때도 빠르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비중으로는 대비하지 못했다. 지금 계좌가 두 자릿수로 물린 건 그 판단 착오의 대가다. 그 부분은 다음 사이클에 반영할 학습으로 남긴다.

두 갈래 시나리오 — 이 코스피 급락이 눌림목일 때와 아닐 때
나는 확신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내 베팅을 공개하는 사람이라, 양쪽 시나리오를 다 적는다.
눌림목이 맞는 경우
반도체 이익 사이클이 꺾이지 않았다면 — 즉 DRAM·HBM 업황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이익률 곡선이 유지된다면 — 이번 하락은 쏠림이 만든 과도한 되돌림이다. 외국인 순매도가 몇 주 안에 진정되고 예탁금 이탈이 멈추면, 지수는 실적 경로를 다시 따라간다. 이 경우 내가 이 구간에서 분할로 담은 물량은 평단을 낮춰준 셈이 된다. 나는 이 시나리오에 더 무게를 두고 있고, 그래서 실제로 담고 있다.
담는 방식은 한 번에 크게가 아니라 여러 주에 걸쳐 조금씩이다. 지수가 더 빠지는 날 소량을 더하는 식으로, 무게는 반도체보다 전력기기 쪽에 좀 더 실었다. 반도체는 이미 비중이 커서 여기서 더 키우면 내 계좌가 지수와 똑같이 두 종목에 인질로 잡히기 때문이다. 급락장에서 확인되는 신호도 있다. 외국인이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돌아서는 며칠, 예탁금 감소가 멈추는 지점 — 이 둘이 나오면 눌림목 판단에 힘이 실린다. 아직은 둘 다 확인 전이라, 나는 서두르지 않고 나눠서만 담는다.
눌림목이 아닌 경우
반대로 이게 사이클의 정점 신호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반도체 이익 가이던스가 실제로 하향되기 시작하고, 외국인 이탈이 단발이 아니라 추세로 굳고, 반대매매가 계속 쌓이면, 지수는 실적이 아니라 수급의 논리로 더 내려간다. 이 경우 내 “공급국” 가설의 앵커인 반도체가 흔들리는 것이므로, 나는 분할매수를 멈추고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두 종목이 지수 예상 순익의 72%를 차지한다는 쏠림은 양날이다. 올라갈 때는 지수를 혼자 밀어 올리지만, 이익 눈높이가 한 번 꺾이면 지수 전체를 같은 힘으로 끌어내린다. 지금의 급락이 무서운 이유도, 내가 이 시나리오를 무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나는 위를 기대하지만 아래를 준비 안 한 기대는 도박이라고 본다.
내 가설이 깨지는 기준점
그래서 나는 미리 선을 그어둔다. 아래 신호가 겹쳐서 나오면 나는 “눌림목” 판단을 접는다.
하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다음 분기 실적과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 대비 뚜렷하게 꺾이는 것. 또 하나는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가 단발이 아니라 몇 주째 추세로 굳는 것. 마지막은 예탁금 감소와 반대매매 증가가 멈추기는커녕 더 악화되는 것. 시장은 늘 이 중 한둘은 안 좋기 마련이라, 신호가 따로따로 깜빡이는 동안은 나는 계속 담는다. 무서운 건 세 개가 같은 주에 겹쳐 켜질 때다. 그 장면이 나오면 담기부터 멈추고, 그다음은 비중을 어떻게 덜어낼지의 문제로 넘어간다. 다음 확인 지점은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것
정리하면, 나는 이 하락을 지수의 붕괴가 아니라 반도체 쏠림의 되돌림으로 읽고 있다. 계좌는 아프지만 내 “AI 캡엑스 공급국” 가설의 근거는 아직 깨지지 않았다고 보고, 그래서 팔기보다 눌림에서 분할로 담는 쪽을 택했다. 물론 이건 나 스스로를 위한 기록이고, 내 판단이지 누구에게 하라 마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같은 화면을 보고도 다르게 읽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참고할지 말지는 읽는 사람 몫이다.
나는 위에 적은 기준점 세 개를 매일 아침 계좌와 함께 확인한다. 그 선이 무너지는 날이 오면, 이 일지에 판단을 바꿨다고 정직하게 다시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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