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주, 5GW는 정말 지어질 수 있나
2024년 8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접수된 전력계통영향평가 736건 중 수도권 최종 승인율은 1.9%다. 서울시는 그 기간 전체를 통틀어 승인이 한 건이었다. 그래서 나는 데이터센터 전력주를 볼 때 “누가 얼마를 발주했나”보다 “그 전기를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나”를 먼저 본다. 서밋에서 나온 5GW는 발주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전선과 한전의 재무 때문에 막힌다. 내 무게는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비수도권으로 밀려나는 물량과 그걸 잇는 배전·송전 쪽에 있다.
숫자 세 개를 나란히 놓고 시작한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 시 계약전력은 2020년 이전만 해도 60MW 수준이었다. 그것이 2023년에는 3,091MW가 됐다. 3년 만에 약 50배다. 그런데 같은 제도에서 수도권 최종 승인율은 1.9%, 반려율은 58.3%다. 비수도권은 통과율이 89.7%다. 머니투데이가 단독으로 정리한 2024년 8월~2026년 3월 집계다.
수요는 50배로 뛰었고, 수도권 문은 100개 중 2개만 열렸으며, 지방 문은 90개가 열려 있다. 이 세 숫자가 같이 나오는 게 나는 계속 걸렸다. 서밋에서 5GW를 이야기하는 동안 국내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던 일이 이것이다.

목차
데이터센터 전력주 이야기가 항상 빠뜨리는 것
이 시리즈의 첫 편에서 나는 서밋의 9,500억 달러를 4개 축으로 나눴고, 그중 한국이 가장 약한 축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인프라로 짚었다. 두 번째 편에서는 하드웨어 축을 팠다. 이번이 그 인프라 축이다.
정부 전망으로 1GW급 데이터센터 하나는 약 100만 가구가 동시에 쓰는 전력을 먹고, 건설비는 최소 60조원이 든다. 5GW면 산술적으로 300조원이다. 이 역산은 내가 한 것이고 어느 출처도 이렇게 제시하지 않았다.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이게 반도체 이야기가 아니라 토목·전기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런데 수혜주 기사는 대개 발주 쪽만 본다. 발주는 실제로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 발주가 꽂힐 자리다.
병목 하나 — 선로가 22년씩 밀린다
대표 사례가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다. 22년이 지연됐고 그 사이 발생한 손실이 1조 1,727억원으로 집계됐다. 345kV 북천안~신기흥 구간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2년 이후”였다가 11차에서 2036년 12월로 더 밀렸다.
정부가 내놓은 대형 해법인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1,070km·8GW·12조 2,000억원 규모다. 그런데 착공이 2030년이다. 지금부터 2029년까지의 병목에 이 사업이 기여하는 몫은 0이다. 용인 국가산단은 최종적으로 10GW가 넘는 전력이 필요한데 전력 공급 설비 완공 목표가 2042년이다.
이런 숫자들을 보고 나면 “5GW를 짓겠다”는 문장을 액면 그대로 읽기가 어려워진다. 짓겠다는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전기를 끌고 갈 물리적 경로가 그 속도로 안 깔린다.
병목 둘 — 발주처의 지갑
여기가 내가 이번에 가장 오래 붙들었던 대목이다. 송배전을 실제로 발주하는 곳은 한국전력이다. 그 한전의 2025년 실적은 매출 97조 4,000억원, 영업이익 13조 5,0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였다.
같은 회사의 재무 상태는 이렇다. 누적적자 36조원, 총부채 205조 7,000억원, 부채비율 444%, 연간 이자비용 4조 1,600억원. 하루 이자가 114억원이다. 그리고 2028년부터 사채발행한도가 90조 5,000억원에서 36조 2,000억원으로 60% 축소된다. 연간 차환 소요만 20조원 수준인 회사에서다.
2038년까지 필요한 송배전 투자가 80조원을 넘는다는 추산이 있는데, 그 돈을 대야 할 발주처의 조달 한도가 2028년에 60% 잘린다. 데이터센터 전력주의 진짜 상한선은 수요가 아니라 여기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전의 2026년 영업이익을 6조 8,000억원, 전년 대비 49.4% 감소로 전망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다음 해에 반토막을 보는 추정이다. 요금 인하 압력과 연료비 흐름을 감안한 숫자겠지만, 어느 쪽이든 발주 여력이 늘어나는 그림은 아니다.
병목 셋 — 계획 자체가 아직 없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제는 이미 깨져 있다. AI 데이터센터 18.4GW와 반도체 팹 6.3GW를 더하면 216.4TWh인데, 11차 계획의 수요 증가분은 178TWh다. 새로 들어올 수요가 계획된 증가분보다 크다.
이걸 정리해야 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9월에서 12월로 밀렸다. 즉 지금 국내에는 5GW를 어디에 어떻게 붙일지 정한 문서가 없다. 서밋에서 발표된 숫자가 국내 계통 계획에 반영되는 건 빨라야 연말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주 명단을 나는 이렇게 다시 배치했다
위 세 병목을 통과하고 나면 명단의 무게중심이 바뀐다. 기준은 두 가지로 잡았다. 수도권 인허가에 덜 걸려 있는가, 그리고 리드타임이 짧아 매출로 먼저 잡히는가.
| 기업 | 확인된 계약·실적 (최근 90일 중심) | 내 판정 |
|---|---|---|
| LS일렉트릭 | 2Q26 매출 1조5,770억(+32.2%)·영업익 1,785억(+64.4%) 분기 최대. 상반기 북미 빅테크 누적 약 1.2조. 7/2 천안 직류 배전공장 준공, 7/21 LG유플러스와 800V 직류 인프라 MOU(파주 200MW 데이터센터, 2027년 6월 준공 목표) | 1순위 — 배전 비중·실적 확인 모두 충족 |
| HD현대일렉트릭 | 7/2 글로벌 빅테크 최대 1조1,212억 기본계약(배전 5,539억·전력 5,673억), 7/6 연간 수주목표 42.22→51.85억 달러 상향. 1Q26 영업익 2,583억(+18.4%), 북미 매출 +26.6% | 2순위 — 계약은 최대, 매출 반영은 2027년부터 |
| 효성중공업 | 1Q26 신규수주 4조1,745억. 호주 오스넷 초고압 변압기·리액터 장기공급 3,100억(7/13 보도). 콴타서비스와 초고압 차단기 합작 | 3순위 — 강하나 초고압 편중 |
| 대한전선 | 7/8 호주 트랜스그리드와 약 450억 규모 계약. 계약명 자체가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구축 턴키”로, 발주처가 용도를 명시한 드문 사례 | 관찰 — 연결고리는 가장 직접적, 규모는 작음 |
| SK텔레콤 | 7/23 이사회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담사 SK하이퍼 설립 의결(2030년까지 7,500억 출자, 올해 3,300억). 1Q26 AI 데이터센터 매출 1,314억, 전년 대비 +89.3% | 관찰 — 유일하게 손익계산서에 숫자가 찍힘 |
| GS건설 | 동해 프로젝트를 한화투자증권 송유림 애널리스트는 2028년 1.2GW·2029년 1.2GW, MW당 약 80억원으로 모델링(7/10). 신한투자증권 김선미 애널리스트는 같은 날 MW당 60~80억원 적용 | 관찰 — 단가 산식이 공개된 유일한 시공사 |
출처: 각 셀에 병기. 증권사 수치는 인용이며 내가 채택한 값이 아니다 | 기준: 2026년 7월 조회분
표에서 빠진 곳도 적어둔다. 냉각·공조로 묶여 도는 이름들 중 상당수는 데이터센터 수주가 확인되지 않았다. 제품 라인업은 있어도 실제 고객사가 반도체·기판 쪽 전량인 경우가 있고, 최근 90일 계약이 아예 안 잡히는 곳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이 축에서는 뺐다. 발전 설비는 강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AI 데이터센터와의 직접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고, 없는 연결을 내가 만들면 그건 귀속 오류다.
데이터센터 전력주에서 시장이 정반대로 매긴 두 종목
같은 축 안에서 값이 극단적으로 갈린 곳이 있다. 통신 두 회사다.
7월 24일 종가 기준으로 SK텔레콤은 PER 52.6배, PBR 1.66배다. 최근 12개월 주가가 81% 올랐다.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1분기에 89.3% 늘었고 전담 자회사까지 세웠으니, 스토리가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
KT는 같은 날 PER 7.88배, PBR 0.75배, 배당수익률 4.44%다. 최근 3개월 주가는 12% 빠졌다. 그런데 이 회사는 3년간 18조원 투자 계획을 내놨고 그중 AI 데이터센터에 5~6조원을 배정했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애널리스트가 7월 9일 제시한 값은 8만 9,000원, SK증권 최관순 애널리스트가 7월 8일 제시한 값은 7만 2,000원이다.
같은 축에서 하나는 성장주 값을 받고 하나는 배당주 값을 받는다. 나는 이 격차 자체가 이 축의 성격을 말해준다고 본다. 시장은 AI 데이터센터를 “누가 얼마 투자하겠다”가 아니라 “누가 이미 벌고 있나”로 값을 매기고 있다. KT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9% 줄었다는 점도 같이 봐야 공정하다. 투자 계획만으로는 값이 안 붙는다는 게 여기서 확인된다.
데이터센터 전력주를 볼 때 내가 놓치고 있던 축
글을 쓰면서 뒤늦게 알아차린 게 하나 있다. 요금 제도다.
한국의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는 2024년 기준 kWh당 168.17원, 일반용은 172.99원이다. 그런데 한국은 주요 AI 국가 중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나 인센티브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PJM 지역 용량 가격이 크게 뛰면서 시장 신호가 발전 투자로 흘러가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일본은 관련 설비투자에 50% 수준의 보조를 2,100억엔 규모로 붙였다.
첫 편에서 나는 한국의 정부의지 축을 “가장 강함”으로 판정했다. Oxford Insights 정부 AI 준비도 세계 5위, 2026년 AI 예산 국회 확정 9조 9,000억원. 그 판정을 지금 완전히 철회하지는 않겠다. 다만 예산은 붙었는데 요금 설계는 비어 있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지을지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가격인데, 그 수단이 아직 안 쓰이고 있다. 비수도권 통과율이 89.7%인데도 물량이 수도권에 몰려 신청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나는 본다.
그래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나는 단순한 수급 문서로 보지 않는다. 거기에 지역별 요금 차등이나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이 들어가는지가, 이 축 전체의 방향을 정한다.

데이터센터 전력주에서 내가 잡고 있는 위치
첫 편에서 적었듯이 나는 이 흐름으로 새로 산 게 없다. 관찰 무게만 전력 기자재 쪽으로 옮겼고, 그 안에서 배전 비중이 큰 쪽을 위로 올렸다. 이번 편을 쓰면서 그 배치를 한 칸 더 조정했다.
조정한 내용은 이렇다.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걸린 이름보다, 비수도권으로 밀려나는 물량과 그것을 잇는 선로·배전에 걸린 이름을 위로 올렸다. 승인율 1.9% 대 89.7%라는 숫자를 보고 나면 수도권 프로젝트에 무게를 싣기가 어렵다. 물량은 지방으로 간다. 지방으로 가면 거리가 늘고, 거리가 늘면 선로와 변전이 늘어난다.
밸류에이션은 이번에도 정직하게 적는다. 7월 24일 종가 기준 트레일링으로 HD현대일렉트릭 PER 39.85배·PBR 14.28배, 효성중공업 48.09배·10.63배, 대한전선 62.17배·3.26배다. 이익이 빠르게 늘어나는 국면이라 트레일링이 부풀려지는 건 감안해야 하지만, 감안해도 비싸다. 반대편에 GS건설이 PBR 0.54배로 서 있는 게 오히려 이 축의 온도차를 보여준다. 전력 기자재는 이미 성장주로 값이 매겨졌고 시공은 아직 아니다.
그리고 세 종목 다 최근 3개월 주가가 22~39% 빠졌다. 값이 비싼데 주가는 빠졌다는 건, 시장이 이미 한 번 이 서사를 의심했다는 뜻이다. 나는 그 의심이 근거 없다고 보지 않는다. 이 글 전반부가 그 의심의 내용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주로 본 5GW의 세 갈래
국내 병목만 보면 그림이 어둡지만, 이 축을 국내로만 가둬 보면 오히려 틀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전망했다. 국가별 비중은 2024년 기준 미국 45%, 중국 25%, 유럽 15%다. 국내 계통이 막혀도 기자재 수요 자체는 국경 밖에서 계속 자란다. 실제로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최근 수주는 대부분 북미향이다. 초고압 변압기 수출만 놓고 봐도 2026년 상반기 7억 152만 달러로 집계 이래 처음 상반기 1조원을 넘었다.
그래서 내가 보는 경로는 셋이다.
내가 가장 가능성 높게 보는 경로 (약 50%) — 국내는 늦고 수출은 간다. 12차 전기본이 연말에 나오고 수도권 승인율은 크게 안 바뀐다. 국내 5GW는 2030년대로 늘어지지만, 전력 기자재사들의 실적은 북미 데이터센터 수주로 계속 올라간다. 이 경우 종목 선택 기준은 “국내 데이터센터 노출”이 아니라 “북미 매출 비중과 배전 비중”이 된다. 지금 확인된 수주 구성이 이쪽을 가리킨다.
내가 빗나갈 경로 (약 30%) — 비수도권 집중 개발이 실제로 열린다. 12차 전기본에 지역별 요금 차등이나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이 들어가고, 비수도권 통과율 89.7%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거리가 늘어난 만큼 송전과 변전 수요가 국내에서도 붙고, 시공사와 케이블 쪽까지 온기가 돈다. GS건설이 PBR 0.54배에 서 있는 게 이 분기에서는 다르게 읽힌다.
가장 나쁜 경로 (약 20%) — 한전 조달이 먼저 막힌다. 2028년 사채발행한도 축소를 앞두고 요금 인상도 출자도 정치적으로 미뤄지면, 국내 송배전 발주 자체가 지연된다. 이 경우 북미 사이클이 꺾이는 시점과 겹치면 전력 기자재 3사의 현재 멀티플은 방어가 안 된다. 확률을 20%로 잡은 건, 한전이 최근에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는 사실 하나가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주 가설이 흔들리는 지점
기준점 네 개를 적는데, 이번에는 순서보다 이것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가 중요하다.
계통 승인율. 수도권 1.9%가 개선되는지, 아니면 제도가 법정 고시로 정식화되면서 오히려 문턱이 더 명확해지는지. 이 평가는 아직 법정 고시 없이 2년째 시범 운영 중이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내용. 데이터센터 수요를 얼마로 잡는지, 지역별 요금 차등이나 전용 요금이 들어가는지. 연말이 되어야 답이 나온다.
한전의 조달 구조. 2028년 사채발행한도 축소를 앞두고 어떤 대안이 나오는지. 요금 인상, 정부 출자, 민간 자본 유치 중 무엇이 먼저 언급되는지를 본다.
전력 3사의 3분기 신규 수주. 상반기 북미 빅테크향 속도가 유지되는지. HD현대일렉트릭이 7월에 올린 51.85억 달러 목표가 연말에 다시 상향되는지도 같은 신호다.
이 넷이 흩어져서 나오면 나는 관찰을 유지한다. 앞의 셋이 나쁘게 나오는데 넷째만 좋으면, 그건 국내 계통이 아니라 북미 수출로 굴러가는 이야기라는 뜻이고, 그러면 종목 선택 기준이 “국내 데이터센터 노출”에서 “북미 매출 비중”으로 통째로 바뀐다. 반대로 넷이 같은 방향으로 좋게 나오면 그때는 관찰을 관찰로만 두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은 흩어져 있다.
시리즈를 닫으며
세 편에 걸쳐 같은 이벤트를 세 각도로 봤다. 첫 편에서는 9,500억 달러가 우리가 받는 투자가 아니라 우리가 파는 매출 약정이라는 걸 확인했고, 둘째 편에서는 2nm로 받는 물량이 AI 가속기가 아니라 통신칩이라는 걸 원문에서 봤다. 이번 편에서는 5GW가 발주가 아니라 전선과 한전 재무에서 막힌다는 걸 봤다.
세 번 다 결론이 비슷한 모양으로 나왔다. 발표된 숫자와 실제로 굴러가는 숫자 사이에 매번 한 단계가 비어 있었다. 이걸 냉소로 읽지는 않는다. 그 한 단계가 채워지는 순간이 곧 진입 시점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쪽을 택했고, 이 흐름이 나를 남겨두고 먼저 가버릴 가능성도 인정한다. 그래도 근거 없이 먼저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참고한 자료는 남긴다 — 정책브리핑 대미투자 관련 설명, 한국경제 서밋 협력 상세, 엔비디아 공식 블로그, IEA의 에너지와 AI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