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 주가 중간권, 나는 여기서 분할매수를 시작한다

리노공업 주가는 52주 고점 12만9,000원에서 8만원선까지, 약 36% 내려온 중간권이다. 앞서 이 소부장 해자 시리즈에서 티씨케이는 고점권이라 새로 담지 않고 눌림을 기다렸는데, 리노는 다르다. 40%대 영업이익률과 마모성 소모품의 반복 매출을 근거로 나는 여기서 분할매수를 시작한다. 다만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비싸고 최근 수급은 약하다 — 그 경고도 이 글에 같이 적는다.

이 시리즈에서 나는 해자를 매번 “찾아서” 유형으로 못 박아왔다. HPSP는 고압 어닐링의 검증 해자, 파크시스템스는 계측의 기술 해자, 티씨케이는 법정에서 재확인된 검증 해자였다. 리노공업의 해자는 그중에서도 제일 안 화려하다. 특허 한 장도, 남들 못 만드는 소재 하나도 아니다. 이 회사의 해자는 공장 그 자체다.

솔직히 나도 오래 우습게 봤다. “핀 하나, 소켓 하나 만드는 회사가 뭐 대단한 해자가 있겠나.” 반도체 검사할 때 칩에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그 금속 핀, 그거 만드는 회사다. 그런데 그 “별거 아닌” 핀과 소켓으로 영업이익률 40%를 넘겨왔다. 웬만한 반도체 대기업도 못 내는 마진이다. 올해 초 5대 1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서 나 같은 개인도 접근하기 쉬워졌고, 그제서야 나는 이 회사를 제대로 들여다봤다. 20만원 하던 주식이 4만원대로 보이니 심리적 문턱이 확 낮아지더라. 물론 분할이 기업 가치를 바꾸진 않는다 — 바뀐 건 내 접근성과, 이 종목을 진지하게 볼 마음뿐이었다. 늦게 본 걸 반성하며, 이번엔 근거와 반대편을 같이 적어둔다.

목차읽는 데 약 9분

리노공업 주가를 지키는 해자는 특허가 아니라 공장이다

“해자가 있다”는 말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어떤 종류의 해자인지 짚어야 기록이 된다. 리노공업의 해자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첫째, 원가해자 — 이게 뿌리다. 리노공업은 설계·가공·사출에 이르는 전체 공정의 약 90%를 자체적으로 수행한다(현대차증권 곽민정 연구원 설명). 핀에 쓰는 미세 스프링, 소켓 몸체의 사출까지 대부분을 안에서 만든다. 남들은 여기저기서 사다 조립하는데, 리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손으로 만든다. 이 수직통합이 원가·품질·리드타임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 후발주자가 “비슷한 핀”은 만들어도, 40년 쌓인 이 일괄공정 전체를 베끼는 건 다른 얘기다. 부품 하나가 아니라 공정 전체가 자산이라 통째로 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회사의 40%대 영업이익률을 실적 한 줄이 아니라 해자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읽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수직통합이 진짜 해자라는 증거는 엉뚱한 데서 나온다. 리노는 이 미세 제조 노하우를 반도체 밖으로도 가져가, 초음파 진단기용 프로브 부품을 만들어 판다. 매출의 10% 가까이가 여기서 나온다. 반도체 검사 핀을 깎던 정밀 가공 기술이 의료기기로 넘어간다는 건, 이 회사가 파는 게 ‘핀’이 아니라 ‘남들이 쉽게 못 따라오는 미세 제조 능력 그 자체’라는 뜻이다. 후발주자가 핀 하나는 베낄 수 있어도, 이 공정 자산 전체를 통째로 세우려면 다시 수십 년이 필요하다. 부품이 아니라 공장이 해자라는 말은 그런 의미다.

리노공업 주가 LEENO PIN 테스트소켓 관련 정밀 접점 부품 자료사진
반도체 기판 위 정밀 부품·접점(자료사진: Anne Nygård/Unsplash) — 리노핀·IC 테스트소켓은 칩 검사 때 접점을 만들었다 끊는, 마모되면 교체하는 소모성 부품이다.

둘째, 전환비용·커스텀 해자. 테스트소켓은 규격품이 아니다. 고객의 칩 하나하나에 맞춰 설계하는 맞춤 부품이다. 리노공업이 다품종·단납기 대응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이유가 여기 있다 — 고객이 새 칩을 낼 때마다 그에 맞는 소켓을 빠르게 설계해 주면, 고객은 검증된 그 파트너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소켓 하나가 잘못되면 검사 라인 전체의 신뢰도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빠르게, 맞춤으로, 검증된 채로”가 쌓이면 그 자체가 lock-in이다. 고객사가 새 칩 세대를 낼 때마다 낯선 공급사와 처음부터 다시 맞추는 것보다, 이미 손발이 맞는 리노에 맡기는 편이 빠르고 안전하다. 이 관성이 소모품 재구매와 겹치면, 한번 들어간 고객은 웬만해선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셋째, 소모성 반복 수요. 리노핀과 소켓은 검사를 반복할수록 마모된다. 즉 한 번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칩을 찍어내는 동안 계속 갈아 끼워야 하는 소모품이다. 장비 발주가 잠깐 쉬어도 이미 돌아가는 검사 라인에서 교체 수요가 계속 나온다. 면도기를 한 번 팔면 면도날이 계속 팔리는 구조에 가깝다. 매출 구성으로 봐도 IC 테스트소켓이 66.5%, 리노핀이 22.9%, 의료기기(초음파 진단 프로브)가 9.7%로(밸류라인 기준), 반복 소모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떠받친다.

이 소모성이 왜 중요한지 한 번 더 짚고 싶다. 검사는 칩을 하나 만들 때마다 반드시 거치는 공정이고, 핀과 소켓은 그때마다 조금씩 닳는다. 고객이 칩을 많이 찍을수록 리노의 부품도 그만큼 더 팔린다. 즉 리노의 매출은 고객의 ‘설비 투자’가 아니라 고객의 ‘생산량’에 연동된다. 반도체 장비주가 발주 사이클에 크게 출렁일 때, 소모품주는 생산 라인이 돌아가는 한 매출이 이어진다 — 이 차이가 실적의 하방 경직성을 만든다.

시장은 사이클로 보지만, 이건 소모품 회사다

여기서 남들과 다르게 보는 지점을 하나 적는다. 시장은 리노공업을 “반도체 검사 장비 사이클에 얹힌 종목”으로 묶어 본다. 반도체가 좋으면 오르고 나쁘면 빠지는, 사이클 플레이라는 것이다. 절반만 맞다. 리노의 매출은 장비 신규 발주가 아니라 이미 깔린 검사 라인에서 나오는 소모품 교체가 큰 비중이다. 그래서 전방이 잠깐 식어도 실적이 시장이 겁내는 만큼 무너지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구조적 단가 상승이다. DS투자증권 이수림 연구원은 1월 6일 리포트에서, 북미 대형 고객의 첨단 패키징 방식이 기존 InFO에서 WMCM(웨이퍼 레벨 멀티칩 모듈) 구조로 넘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여러 다이를 더 촘촘히 쌓을수록 테스트 포인트가 늘고, 소켓의 핀 수와 신호 밀도가 함께 올라간다. 이건 곧 소켓 단가 상승과 교체 수요 증가를 동시에 뜻한다. 쉽게 말해, 칩이 복잡해질수록 리노가 파는 소켓은 더 비싸지고 더 자주 팔린다. AI 반도체와 비메모리 검사 물량이 늘어나는 흐름은 이 구조를 뒤에서 밀어준다. 시장이 “사이클”이라는 한 단어로 뭉개는 부분에, 나는 이 구조적 ASP 상승을 본다.

실제로 매출 성장이 한 자릿수(+8.85%)에 그쳤던 2024년에도 리노의 영업이익률은 44%를 넘겼다. 외형이 크게 늘지 않은 해에도 마진이 두껍게 유지됐다는 뜻이다. 순수 사이클 종목이라면 성장이 둔한 해에 마진도 함께 눌렸을 텐데, 리노는 그렇지 않았다. 마진의 바닥이 남들보다 훨씬 높은 회사다.

리노공업 주가, 나는 40%대 영업이익률부터 본다

반도체 소부장이라고 다 같은 잣대로 보지 않는다. 리노처럼 소모성 부품을 파는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첫 번째 지표다. 마진이 곧 가격 결정권이자 해자의 강도이기 때문이다. 그 위에 캐파(증설 여력)와 전방 물량, 그다음이 밸류, 마지막이 수급이다. 리노는 이 순서로 읽었다.

영업이익률. 회사 개별 실적 기준 2024년 매출은 2,781억, 영업이익 1,242억으로 영업이익률이 약 44.6%였다. 순이익도 1,132억으로 순이익률이 40%를 넘는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인 걸 생각하면, 이건 “가격을 회사가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규모형 장비회사가 반도체 호황에도 한 자릿수~10%대 마진에 머무는 것과 정반대다. 같은 소부장이라도 부품·소모품 쪽이 이렇게 마진이 두껍다.

턴어라운드와 증설. 2025년 3분기 누적으로 별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8%, 영업이익이 56.7% 늘었다(에프앤가이드 기준). AI와 첨단 패키징 수요가 실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DS투자증권은 2026년 매출 4,295억(+19%), 영업이익 2,005억(+20%), 영업이익률 47%를 추정하며, 신규 공장 증설로 중장기 캐파가 연 9,000억 수준까지 열린다고 봤다. 마진이 두꺼운 회사가 캐파까지 늘리면, 그 증설분은 고스란히 이익으로 떨어진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전년 대비 49.9% 늘어, 매출이 커질수록 이익이 더 빠르게 붙는 레버리지가 숫자로 확인된다. 순이익률이 매출의 40%를 넘는 회사라, 늘어난 매출이 이익으로 전환되는 효율이 남다르다.

리노공업 주가 매출 구성
매출의 66.5%가 IC 테스트소켓, 22.9%가 리노핀. 반복 소모품이 실적을 떠받친다.

밸류 — 여기서 판단이 갈린다. 5대 1 액면분할(액면가 500원→100원, 4월 25일 거래 재개)로 주식 수가 1,524만 주에서 7,621만 주로 늘며 주당 가격이 낮아졌다. 지금 주가는 8만원선(7월 초 기준), 시가총액 약 6.3조원이다. 52주 범위가 3만9,000~12만9,000원이니, 지금은 고점에서 36% 내려온 중간권이다. 셀사이드는 갈려 있다. DS투자증권이 1월에 제시한 목표주가 7만7,000원은 주가가 한때 12만9,000원까지 갔다가 되돌려진 지금 이미 시장이 지나온 자리고,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평균 목표가는 11만7,500원으로 위쪽을 본다(10인 매수 기준). 증권사 목표가는 시장 정보로 인용할 뿐, 내가 받아들이는 값이 아니다. 다만 목표가가 이렇게 벌어져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이 밸류 논쟁의 한복판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리노공업 주가를 담아도 되나

강세 쪽 근거와 주의 쪽 근거를 나란히 놓고 저울질했다.

담는 쪽 근거. 첫째, 위치가 고점이 아니라 중간권이다. 티씨케이를 다룰 때 나는 “두 배 오른 자리에 새로 담지 않는다”고 적었는데, 리노는 반대로 고점에서 3분의 1 넘게 빠진 자리다. 둘째, 40%대 영업이익률과 캐파 증설이 맞물려 외형 성장의 이익 레버리지가 크다. 셋째, 소모품 반복 매출이 하방을 받치고, 첨단 패키징의 단가 상승이 위를 민다. 넷째, 앞서 본 마진 방어력 — 외형 성장이 한 자릿수에 그쳤던 2024년에도 영업이익률이 44%를 넘겼다는 사실이 내 하방 계산에 안전판을 준다. 이 넷이 겹치는 자리라, 나는 한 번에 사지 않고 분할로 모으기 시작한다.

주의 쪽 근거. 밸류라인은 5월 말 기준으로 이 종목을 “밸류에이션 고평가 구간”으로 분류하고, 수급 신호를 약세로, 3개월 주가 추세를 약세 전환으로 표시했다. 나는 이 경고를 무시하지 않는다. 테스트소켓 대장주는 늘 프리미엄 멀티플을 받아왔고, 그만큼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면 밸류가 빠르게 되돌려진다. 게다가 이 회사는 과거 스마트폰 전방 부진기에 실적이 눌린 적이 있다 — 소모품이라 하방이 단단하다 해도, 사이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한 가지 덧붙이면, 5대 1 액면분할로 개인 자금 유입이 쉬워진 만큼 단기 변동성도 그전보다 커졌다. 유동성이 늘어난 건 접근성 측면에선 좋지만, 출렁임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두 근거를 겹쳐 내 결론은 이렇다. 나는 지금 자리를 분할매수를 “시작”하는 자리로 본다. 한 번에 비중을 싣는 자리는 아니다. 중간권이라는 위치와 소모품·구조수요라는 실체가 담을 이유를 주지만, 고평가와 약한 수급은 “천천히, 나눠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서두르지 않고 나눠 담는다.

리노공업 전방 반도체 테스트 패키징 수요
칩이 복잡해질수록 테스트 포인트가 늘고 소켓 단가가 오른다. 리노 매출의 구조적 뒷배다. (자료사진: Jakub Pabis/Unsplash)

내 관심이 관망으로 바뀌는 조건

담을 이유만 적고 무너지는 조건을 안 적으면 그건 일지가 아니라 응원이다. 내 가설이 틀리는 자리를 미리 못 박아둔다.

첫째, 영업이익률이 추세적으로 40% 아래로 내려앉을 때. 한두 분기 비용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하락이면, “가격을 쥐고 있다”는 전제가 깨진다. 원가해자가 식는 신호다.

둘째, 첨단 패키징 단가 상승이라는 논지가 실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실리콘 러버 소켓 계열(아이에스시 등)이나 티에스이 같은 경쟁사가 고사양 소켓 물량을 실제로 가져갈 때. 커스텀·소모품 해자는 “빠르고 검증된 대응”이 전제라, 경쟁사가 그 자리를 파고들면 프리미엄이 흔들린다.

셋째, 증설한 캐파가 전방 수요 둔화와 겹쳐 공실로 남을 때. 마진 두꺼운 회사의 증설은 호황엔 이익 레버리지지만, 사이클이 꺾이면 고정비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이 셋 중 하나만 흔들리면 나는 분할매수를 멈추고 관망으로 돌아선다. 둘 이상이 겹치면 이미 실은 비중을 줄인다. 특정 가격을 미리 정해 기계적으로 잘라내는 방식이 아니라, 해자가 살아 있는지를 지표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특히 둘째가 제일 신경 쓰인다. 마진이나 사이클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커스텀 소켓에서 고객의 신뢰를 경쟁사에 한 번 내주면 그 자리는 잘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셋은 8월 18일 실적에서 상당 부분 드러난다. 마진이 유지되는지, 첨단 패키징 물량이 실제로 단가로 잡히는지 — 나는 그 발표를 분할매수 속도를 정하는 분기점으로 삼는다.

리노공업 주가, 지금 내가 하는 일

긴 결론은 접고 내 포지션만 분명히 해둔다. 리노공업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수수해 보이지만 가장 통째로 베껴야 하는 해자를 가진 종목이다 — 40년 쌓은 일괄공정 공장이 곧 해자다. 고점에서 36% 내려온 위치, 40%대 영업이익률, 소모품 반복 매출, 첨단 패키징의 단가 상승. 이 넷이 내가 여기서 분할매수를 시작한 이유다. 대신 한 번에 싣지 않는다. 밸류는 비싸고 수급은 약하니, 담는 속도는 실적을 보며 조절한다.

수급 흐름은 각자 자기 계좌 화면에서 볼 몫이다. 외국인·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서는지, 3개월 약세가 꺾이는지가 내가 곁눈으로 두는 지표다. 이 기록은 애초에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다. 다음 점검은 8월 18일 실적이다 — 그때 마진과 첨단 패키징 단가가 숫자로 어떻게 찍히는지 보고, 분할매수를 이어갈지 멈출지 정한다.

이 글은 반도체 소부장 해자 시리즈의 네 번째 딥다이브다. 시리즈 전체 지도는 반도체 소부장 해자 지도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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