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페타시스 1분기 영업이익 686억 — 내가 풀매수를 미룬 이유
- 나는 이수페타시스 본업(AI 고다층 MLB)을 한국에서 가장 탐나는 AI 부품 사업 중 하나로 본다. 그래서 일부는 들고 있다.
- 다만 2024년 11월 제이오 인수용 대규모 유상증자 전력 때문에, 나는 풀비중을 안 싣고 본업 지표와 자본배분 신호를 같이 본다.
- 본업 쇼티지가 풀리거나 회사가 다시 본업과 무관한 큰 베팅을 꺼내면, 그게 내 기준점이다.
숫자만 떼어놓고 보면 안 살 이유가 없는 종목이다. 이수페타시스(007660)는 1년 전만 해도 3만원대였는데(52주 최저 38,000원), 지금은 13만원 후반까지 올라왔다(Investing.com 6월 3일 기준 136,300원, 시가총액 약 10조원). 메리츠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제시한 목표가는 줄줄이 16만~18만원대로 올라와 있고, 1분기 실적도 좋다. 그런데 나는 이 종목 앞에서 한 번 더 멈칫한다. 2024년 11월에 올라온 한 공시가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다. 본업은 분명히 탐나는데, 회사가 그 돈을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를 나는 잊지 않았다. 이 글은 그 두 마음 사이에서 내가 어떻게 결론을 냈는지 적은 매매일지다.

목차
이수페타시스, 시장이 안 보는 한 가지
먼저 내가 시장과 다르게 보는 지점부터 적는다. 지금 이수페타시스를 다루는 글의 90%는 실적과 증권사 목표가만 본다. 나는 거기에 한 줄을 더 붙인다. 이 회사가 돈을 어떻게 쓰는가, 즉 자본배분 이력이다.
2024년 11월의 그 공시
2024년 11월 8일, 이수페타시스는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기업 제이오를 인수하겠다며 5,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더벨·비즈한국 보도). 발행 예정 주식 수가 기존 발행 주식의 약 31.8%에 달하는 큰 규모였고, 조달금 3,000억원을 본업과 거리가 먼 CNT 회사 인수에 쓰겠다는 내용이었다. 증권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3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그달 2만1,000원까지 밀렸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두 차례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고, 회사는 조달 규모를 3,719억원으로 줄이며 강행 의지를 유지했다.
나는 이 사건을 단순한 악재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본업이 한창 좋을 때, 경영진이 본업과 무관한 곳에 주주 돈을 31% 희석하면서까지 쓰려 했다는 사실. 이게 내가 이 회사에 풀비중을 못 싣는 진짜 이유다. 실적이 아니라 자본배분의 신뢰 문제다. 솔직히 본업 숫자만 보면 더 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때마다 이 기억이 브레이크를 건다.
그 유상증자가 통째로 나쁜 그림만은 아니었다는 점이 오히려 더 묘했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조달 자금 중 약 3,000억원이 제이오 인수, 약 2,500억원이 신규 5공장 부지 매입과 시설투자에 배정될 계획이었다. 본업 캐파 투자라는 정당한 명분과, 본업과 무관한 CNT 인수라는 잡음이 한 묶음으로 섞여 있었던 거다. 시장이 분노한 건 후자였다. 나는 이 사건에서 숫자보다, 좋은 투자(5공장)와 의심스러운 투자(제이오)를 한 패키지로 묶어 주주에게 던진 의사결정 방식 자체를 더 무겁게 봤다.
글로벌로 넓혀 보면 그림이 더 또렷해진다. 고다층 MLB는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곳 자체가 손에 꼽힌다. 메리츠증권은 4월 9일 자료에서 이수페타시스의 비교군으로 미국 TTM, 대만 ZDT·GCE·Dynamic Holdings, 중국 VGT를 들었다. 그만큼 진입 문턱이 높고, 층수를 더 올릴수록 양산 가능한 업체는 더 줄어든다. 이 좁은 과점에서 이수페타시스가 북미 최상위 고객의 인증을 통과해 자리를 잡았다는 건 쉽게 흔들리지 않는 해자다. 본업의 기술적 해자는 그래서 분명하다. 그래서 더 아깝다. 좋은 사업을 가진 회사가 자본배분 한 번으로 스스로 멀티플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종목에서 배우는 중이다.
이수페타시스 본업이 탐나는 세 가지 근거
그럼에도 내가 코어를 들고 있는 이유, 즉 본업이 왜 탐나는지를 정리한다.
MLB 쇼티지가 밸류체인에서 가장 강하다
이수페타시스가 만드는 고다층 MLB는 AI 가속기와 고속 네트워크 스위치의 메인보드에 들어가는 기판이다. SK증권 박형우 연구원은 2025년 11월 24일 리포트에서, CCL·유리섬유를 포함한 기판 밸류체인 전체에서 MLB의 공급부족 강도가 가장 강하다고 짚었다. 그는 MLB 빅사이클이 2021년 미중 분쟁으로 시작돼, 2023년 AI 서버 수요가 얹히고, 2026년부터는 적층 기술 고도화로 공급단가가 폭등하는 국면으로 봤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건 다중적층기판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신규 기술인 다중적층기판은 기존 MLB보다 ASP가 약 두 배 높다. 가동률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단가가 구조적으로 오르는 그림이라면, 매출은 물량과 가격이 동시에 밀어 올린다. 이게 내가 본 첫 번째 동력이다. 덧붙이면, 적층 층수가 올라갈수록 공정 난이도와 불량 위험이 같이 커지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이 제조사 쪽으로 기운다. 단가가 오르는 게 단순한 호황이 아니라, 만들 수 있는 곳이 적다는 구조에서 나온다는 점이 핵심이다.
TPU와 400G 스위치라는 구조적 수요
둘째는 고객과 제품이다. 한국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4월 리포트에서, 이수페타시스의 성장을 TPU 7세대와 400G 이상 네트워크 스위치 같은 고부가 제품이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미 G사(구글)의 TPU 외판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국면이라고 봤다. AI 연산이 늘면 가속기(TPU)와 그 가속기들을 잇는 네트워크 기판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데, 이수페타시스는 그 두 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박 연구원은 또 데이터센터·네트워크 고객사들이 기존 MLB 메인보드를 HDI와 MLB를 접합한 하이브리드 기판으로 바꿔 나가고 있고, 이수페타시스가 북미 전략 고객사의 품질인증을 통과해 HDI+MLB 양산 캐파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지금 잘 파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 제품에서도 자리를 잡아간다는 신호로 읽었다.
한 가지 짚어둘 건 고객 집중이다. 시장 일각에서 북미 G사향 매출 감소 가능성을 걱정했는데, 한국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4월 리포트에서 이수페타시스가 MLB에 강점을 가진 만큼 그 우려가 과도하다고 봤다. 다만 나는 이걸 안심 신호로만 받지 않고 양면으로 본다. 단일 고객 의존이 큰 종목은 그 고객이 잘나갈 때 같이 잘 가지만, 신호가 바뀌면 분기 실적이 빠르게 출렁인다. 그래서 나는 고객 다변화 속도를 분기마다 따로 확인한다.

캐파 증설과 수주잔고
셋째는 공급 측면이다. 한국투자증권은 4월 리포트에서 이수페타시스의 캐파 증설 계획을 반영해 2026·2027년 EPS 추정을 각각 8.7%, 17.1% 상향하고 목표가를 18만원으로 올렸다(12개월 선행 EPS에 PER 49배 적용 기준). 분기별 수주잔고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메리츠증권 양승수 연구원은 4월 9일 리포트에서 G사향 8세대 공급이 본격화되는 3분기~4분기에 실적 추정 상향에 기반한 주가 리레이팅을 예상했다.
요약하면, 수요는 구조적이고 공급은 부족하며 회사는 캐파를 늘린다. 수주잔고가 분기마다 쌓인다는 건 지금 찍히는 매출이 일회성이 아니라 예약된 수요라는 뜻이라, 나는 분기 실적 자체보다 이 수주잔고 방향을 더 중요하게 본다. 외형만 봐도 2024년 8,369억이던 매출이 2025년 1조원을 처음 넘었고(1조887억), 하나증권 추정대로면 2026년 1조6,000억대까지 2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된다. 더해서 이수페타시스는 매출의 95% 이상을 수출하는 회사이고, 국내 4개 공장에 중국 생산법인, 2025년에는 태국 기업과 합작해 동남아 생산 거점까지 늘렸다(기업 개요 기준). 캐파가 한 지역에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은, 미·중 공급망 분리 흐름에서 비(非)중국 캐파를 원하는 빅테크 입장에서 오히려 점수를 딸 수 있는 구도다. 본업만 떼어 보면 흠잡기 어려운 그림이다. 문제는 늘 본업 밖에서 터졌다는 거다.
이수페타시스 실적과 밸류에이션 — 숫자로 확인
본업 이야기가 말로만 그럴듯한지 숫자로 봤다. 분기 실적과 증권사 추정·목표가를 정리하면 이렇다.
| 항목 | 수치 | 비고 / 출처 |
|---|---|---|
| 4Q25 매출 | 2,987억 | +32.1% YoY, 매출인식 기준 변경 약 200억 영향 (하나증권 2/3) |
| 4Q25 영업이익 | 565억 | +122% YoY, OPM 18.9%, 성과급 일회성 일부 (하나증권 2/3) |
| 1Q26 매출(프리뷰) | 3,391억 | +34.3% YoY, 컨센서스 부합 예상 (한국투자증권 프리뷰 4/13) |
| 1Q26 영업이익(프리뷰) | 686억 | +43.8% YoY (한국투자증권 프리뷰 4/13) |
| 연간 매출(2025 → 2026E) | 1조 887억 → 1조 6,233억 | 2026E +49.1% YoY (하나증권 추정) |
| 영업이익 전망(2026E) | 2,721억 | SK증권 추정 (2025-11-24), 증권사별 편차 존재 |
출처: 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SK증권 추정 | 기준: 2026년 2~6월. 1Q26은 증권사 프리뷰 기준
표에서 내가 따로 표시해 둔 건 4분기 매출인식 기준 변경(출하 시점 → 고객 수령 시점)이다. 이 변경으로 4Q25 매출에 약 200억원이 빠진 것으로 하나증권은 봤다. 즉 회계 기준 때문에 표면 매출이 눌린 거지 수요가 꺾인 게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했다. 이런 디테일을 안 보고 분기 숫자만 비교하면 엉뚱한 결론이 난다.
이익의 질도 나쁘지 않았다. 4분기 영업이익 565억원은 전년 대비 122% 늘어난 수치이고, 영업이익률은 18.9%였다(하나증권). 매출 200억원이 회계 기준 변경으로 빠지고 연말 성과급까지 반영된 분기에 이 정도 마진이 나왔다는 건, 본업 수익성 자체가 단단하다는 뜻으로 읽었다. 고다층으로 갈수록 마진이 좋아지는 제품 믹스 효과가 숫자에 찍히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밸류에이션은 만만치 않다. 한국투자증권의 목표가 18만원이 12개월 선행 EPS에 PER 49배를 적용한 값이라는 건, 시장이 이미 이 종목을 상당한 고멀티플로 본다는 뜻이다. 12개월 목표가 평균은 약 18.5만원, 최저 11.4만원, 최고 27만원으로 추정 폭도 넓다(Investing.com 6월 3일). 결국 현재 가격은 향후 2~3년 이익 성장이 실제로 따라와야 정당화되는 수준이고, 나는 그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비중을 조절한다.
이 멀티플이 어디서 왔는지도 짚어둘 만하다. 메리츠증권이 이 종목에 제시한 적정주가는 2025년 1월만 해도 39,000원이었는데, 1년 남짓 만에 16만원으로 올라왔다(메리츠증권 자료). 1년 새 증권사의 눈높이가 네 배가 됐다는 뜻이다. 그만큼 AI 기판 쇼티지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가격에 반영됐고, 동시에 그 기대가 한 번 꺾일 때의 낙폭도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로 나는 읽는다. 작년 11월 자본배분 잡음에 주가가 3만원에서 2만1,000원까지 빠졌던 게,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의 낙폭도 크다는 걸 이미 한 번 보여줬다.
이수페타시스, 내가 보는 시나리오 세 갈래
저점 대비 이미 여러 배 오른 종목이다. 여기서부터는 확신이 아니라 확률로 적는 게 정직하다.
내 메인 가설 — 본업이 멀티플을 끌고 간다 (확률 50%)
MLB 쇼티지가 2026년 내내 이어지고, 다중적층·HDI+MLB로 제품 믹스가 올라가며 ASP가 구조적으로 상승한다. 여기에 G사향 차세대 물량이 하반기 본격화되면, 하나증권이 추정한 2026년 매출 1조6,233억(+49.1%) 같은 외형 성장이 현실화된다. 하나증권은 2026년 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 733억에서 4분기 1,109억까지 계단식으로 올라가는 그림을 그렸다. 이 경우 자본배분 잡음만 추가로 없다면 주가는 변동성은 크되 이익 성장을 따라간다. 내가 일부라도 코어를 들고 가는 근거가 바로 이 경로이고, 확률을 절반으로 두는 이유다.
이 그림이 깨지는 세 갈래 (확률 30%)
세 갈래로 흔들릴 수 있다. 첫째, 고객 집중이다. 북미 G사 비중이 큰 만큼, 그 고객의 물량 계획이 한 번 흔들리면 분기 실적이 출렁인다. 둘째, 경쟁사 증설이다. 미국 TTM이나 대만·중국 경쟁사들이 고다층 캐파를 키우면 지금의 쇼티지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여러 업체의 신규 라인이 2027년 이후 동시에 가동되면 단가 상승 탄력이 둔해질 수 있다. 셋째, 다시 자본배분이다. 회사가 또 본업과 거리가 먼 인수나 대규모 증자를 꺼내면, 본업이 멀쩡해도 멀티플이 깎인다. 2024년 11월이 그 증거다.
양 극단 — 베스트와 워스트 (확률 20%)
베스트(약 13%): 쇼티지가 길어지고 다중적층 ASP가 기대보다 가파르게 오르며, 회사가 본업에 집중하는 자본배분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경로다. 이 경우 고멀티플이 추가로 정당화된다. 워스트(약 7%):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한 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고부가 기판 수요가 둔화되는 경우인데, 본업 쇼티지 강도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낮게 둔다. 본업 공급이 이렇게 빡빡한 한, 수요가 갑자기 증발하는 그림은 적어도 단기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수페타시스, 내 가설이 깨지는 기준점
내 베팅의 한계를 적는다. 이 종목은 본업과 자본배분, 두 축을 따로 본다.
본업 쪽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신호는 분기 수주잔고와 ASP 흐름이다. 수주잔고가 꺾이거나 다중적층 비중이 정체되면, 쇼티지가 풀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라 내 첫 번째 전제가 흔들린다. 그다음은 G사 의존도다. 단일 고객 비중이 줄지 않은 채로 그 고객의 물량 신호가 약해지면, 실적 변동성이 내가 감내할 수준을 넘는다.
그리고 본업과 별개로, 나는 회사의 공시를 분기마다 따로 읽는다. 본업과 무관한 인수나 큰 증자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순간, 나에게는 실적 지표보다 그게 더 무거운 신호다. 본업 신호가 먼저 어긋나면 추가 매수 계획부터 접고, 거기에 자본배분 잡음까지 겹치면 코어 비중 자체를 다시 계산한다. 이 종목은 주가에 손절선 하나 그어두고 끝낼 성격이 아니다. 본업이 식는지, 회사가 또 헛발질을 하는지 — 나는 그 두 시계를 따로 돌려놓고 본다.
정리 — 본업과 신뢰 사이에서
2024년 11월 그 공시가 떴을 때, 솔직히 나는 “좋은 회사가 왜 저런 결정을 하지” 싶어 한참 들여다봤다. 그때 비중을 줄였던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본업의 힘을 과소평가해서, 이후 반등 구간을 거의 흘려보낸 건 내 실책이다. 본업과 자본배분을 같은 무게로 본 게 그 시점엔 과했다.
그래서 지금 내 결론은 이렇다. 나는 이수페타시스 본업을 여전히 한국 AI 부품 중 손에 꼽게 본다. 같은 판에서 나는 LG이노텍의 FCBGA 기판과 삼성전기의 MLCC도 같은 AI 부품 바구니에 놓고 보지만, 각자 사이클을 타는 리듬이 달라 한 종목으로 묶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부는 들고 간다. 하지만 풀비중은 안 싣고, 본업 지표와 회사의 자본배분 신호를 같이 본다. 다음 확인 지점은 다음 분기 실적과 수주잔고, 그리고 회사가 그사이 또 어떤 공시를 내놓는가다. 너라면 본업이 좋은데 자본배분 전력이 있는 이 회사를 어떻게 보겠는가. 내가 그 11월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는 거라면, 그 반론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