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시스템스 1분기 쇼크 뒤, 나는 왜 더 담았나

⚡ 30초 핵심

  • 파크시스템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비 -84%로 꺾였는데, 나는 그 발표 이후 오히려 눌림목에서 비중을 더 채웠다.
  • 산업용 반도체 AFM(원자현미경)에서 점유율 80%대를 쥔 좁고 깊은 해자, 그리고 5월 사업보고서 기준 978억까지 불어난 수주잔고가 근거다.
  • 다만 ‘글로벌 1위’라는 헤드라인은 리서치에 따라 갈린다. 산업용 니치의 지배력이 Bruker·Oxford의 대면적 공세로 실제로 헐리기 시작하면 내 그림은 틀린다.

다들 파크시스템스를 볼 때 “원자현미경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먼저 본다. 나도 처음엔 그 한 줄로 이 회사를 이해했다. 그런데 자료를 파고들수록 그 1위라는 게 리서치 하우스마다 다른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고, 정작 내가 돈을 건 이유는 ‘세계 1위’가 아니라 훨씬 좁은 자리에 있었다. 1분기 영업이익이 84% 빠졌다는 소식에 주가가 눌렸을 때, 나는 그 좁은 자리가 흔들린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분할로 더 담았다.

목차읽는 데 약 9분

파크시스템스를 담은 근거 — ‘세계 1위’가 아니라 ‘80% 니치’다

정밀 계측 장비 조작
정밀 계측 장비 자료사진

내가 본 첫 번째 근거: 산업용 반도체 AFM 점유율 80%대

내가 파크시스템스에서 가장 무겁게 보는 건 전체 AFM 시장 순위가 아니라, 반도체 양산 라인에 들어가는 산업용 자동화 AFM이라는 좁은 칸이다. 신한투자증권 김형태 연구원은 이 회사를 비접촉 AFM을 처음 개발해 독점 생산하는 선도 기업으로 규정하면서, 산업용(반도체) AFM 장비 점유율을 80%를 웃도는 수준으로 봤다. 여기가 내 베팅의 뿌리다.

왜 이 칸이 중요한가. 회로가 나노 단위로 미세해지면서 광학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표면을 재야 하는데, 시료를 건드리지 않고 원자 단위로 읽는 비접촉 AFM이 그 자리를 메운다. 파운드리 선도 업체들이 연말부터 2nm 수율 경쟁에 들어가고, 첨단 패키징에서 대면적 검사 수요가 붙으면 이 장비를 쓸 일이 늘어난다. 나는 이 구조적 수요를 파크시스템스의 진짜 해자로 본다.

비접촉이라는 방식이 산업용에서 특히 힘을 쓰는 이유가 있다. 탐침이 시료 표면에 닿는 방식은 미세한 구조를 긁거나 눌러 손상시킬 위험이 있는데, 파크의 트루 논콘택트(True Non-Contact) 방식은 시료를 건드리지 않고 고해상 이미지를 얻는다. 양산 라인에서는 같은 웨이퍼를 반복해서, 그것도 자동으로 재야 하기 때문에 ‘손상 없이·반복해서·사람 손 덜 타게’라는 조건이 곧 채택 기준이 된다. 연구실 한 대와 달리 팹 안에 자동 장비로 들어가면 한번 검증된 라인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 전환 비용이 내가 보는 해자의 실체다. 나는 여기서 이 회사의 ‘독점적 지위’라는 표현이, 넓은 시장 전체가 아니라 바로 이 양산 계측 칸에서만 성립한다고 못 박아 둔다.

두 번째 근거: 수주잔고가 871억에서 978억으로 불었다

1분기 실적만 보면 겁이 날 수 있다. 매출 394억, 영업이익 21억. 그런데 나는 실적표 대신 수주잔고를 먼저 봤다. 키움증권 오현진 연구원 집계로, 1분기말 871억이던 수주잔고가 사업보고서 제출일인 5월 14일 기준 978억까지 늘었다. 팔 물건이 줄어든 게 아니라, 실을 시점이 뒤로 밀린 것이다. iM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1분기 신규 수주 자체도 456억으로 직전 분기 403억보다 늘었다고 짚었다. 팔린 게 아니라 쌓이는 중이라는 뜻이다.

주목: 파크시스템스는 장비 출하가 특정 분기에 몰리는 사업이다. 1분기 부진은 출하 일정이 2분기 이후로 집중된 결과라는 게 증권가 해석이고, 그 근거가 바로 늘어난 수주잔고다.

세 번째 근거: 신제품과 증설이 다음 사이클을 겨눈다

파크시스템스는 첨단 패키징용 대면적 검사에 최적화된 NX-THS, 백색광 간섭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WLI 같은 신규 장비를 밀고 있다. 2025년 초 SEMICON Korea에서는 300mm 웨이퍼 분석용 FX 대면적 시리즈(FX300, 적외선 분광을 붙인 FX200 IR·FX300 IR)도 공개했다. 여기에 생산능력 확대 증설 약 400억, 연구개발·외부 기술 투자 약 600억이라는 자금 계획을 내놨다. 지금 실적이 눌린 이유 중 하나가 이 인수합병·인력 충원 비용인데, 나는 이걸 비용이 아니라 다음 사이클을 위한 선투자로 읽는다. 실제로 대만 글로벌 1위 파운드리에 산업용 AFM을 납품한 이력도 이 방향과 맞물린다.

내가 특히 무겁게 본 건 M&A로 붙인 조각들이다. 파크는 이미징 분광 엘립소미터(ISE)를 만드는 독일 Accurion, 디지털 홀로그래픽 현미경(DHM)을 만드는 스위스 Lyncée Tec을 인수했다. AFM에 이 둘을 얹으면 표면·두께·형상을 한 흐름에서 재는 멀티모달 나노 계측 묶음이 된다. 계측 장비의 진짜 해자는 특허 한 줄이 아니라 검증 이력과 설치 기반, 그리고 라인을 갈아탈 때의 전환 비용이라는 게 내 지론인데, 파크는 비접촉이라는 고유 방식 위에 이 검증 이력을 20년 넘게 쌓아왔다. 후발주자가 이 자리를 파고들려면 가격을 깎거나 특별한 조건을 걸어야 하는데, 산업용 라인에서 그건 쉽지 않다.

파크시스템스 실적·추정 데이터

구분 1Q26 실적 2Q26E(키움) 2026E(키움) 2026E(iM)
매출액(억원) 394 449 2,379 2,333
영업이익(억원) 21 80 531 463
영업이익률(역산) 5.3% 17.8% 22.3% 19.8%

출처: 1Q26 회사 분기보고서(매출·영업이익) / 2Q26E·2026E는 키움증권·iM증권 추정 | 기준: 2026년 6월. 영업이익률은 매출·영업이익으로 역산.

표를 옆으로 놓고 보면 그림이 선명하다. 1분기 영업이익률 5.3%는 분명히 낮다. 그런데 키움증권은 2분기 매출 449억·영업이익 80억(영업이익률 약 18%)으로 반등을 예상했고, 연간으로는 키움 매출 2,379억·영업이익 531억(전년비 +16%·+26%), iM증권 매출 2,333억·영업이익 463억(+13%·+10%)을 제시했다. 두 곳 모두 상저하고, 즉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지는 흐름을 본다.

1분기 매출 구성도 나는 따로 적어놓고 봤다. 산업용 장비가 64%, 연구용 장비가 33%였다. 지역별로는 중화권 34%, 미국 32%, 국내 11%로, 고객 다변화 속에 미국 비중이 꾸준히 올라오는 흐름이다. 나한테 이 구성이 중요한 이유는, 파크시스템스의 이익 레버리지가 결국 산업용 자동화 장비 출하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산업용 비중이 두툼하게 유지되는 한, 출하 타이밍만 정상화돼도 이익률은 튀어 오른다. 엑셀에 분기별 영업이익률을 5.3%부터 쭉 적어놓고 보니, 이 회사 이익률 곡선은 매끈한 우상향이 아니라 출하 몰림에 따라 톱니처럼 오르내리는 모양이었다. 1분기 저점은 그 톱니의 아래 이빨이라고 나는 읽는다.

목표주가도 참고로 적어둔다 — 내가 정한 값이 아니라 증권사들의 숫자다. 키움은 35만5,000원(기존 30만원에서 상향), iM은 33만4,000원, 신한은 31만원을 제시했다. 최근 6개월 컨센서스 평균 목표가는 약 32만원으로, 직전 6개월 평균(약 29만4,000원)보다 9% 올라왔다. 52주 가격 밴드는 18만1,300~32만1,500원이었다. 증권사 시각이 전반적으로 낙관 쪽으로 기운 건 사실이지만, 나는 그 목표가를 내 것으로 채택하지는 않는다. 내가 보는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를 떠받치는 수주잔고와 니치 지배력이다.

파크시스템스, 내가 보는 세 갈래 시나리오

가장 가능성 높다고 본 경로 (약 55%)

2분기부터 출하가 정상화되면서 수주잔고가 매출로 실린다. 2nm 전환과 첨단 패키징 투자가 산업용 AFM 수요를 밀어 올리고, 하반기로 갈수록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 중반으로 복원된다. AFM 시장 자체는 크지 않다. 마켓츠앤드마켓츠는 글로벌 AFM 시장을 2024년 약 5억1,400만 달러에서 2030년 약 7억6,200만 달러로, 연평균 7.1% 성장으로 봤다. 시장이 폭발하는 그림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시장 성장률보다 파크가 그 안에서 산업용 몫을 지키며 신제품·M&A로 계측 범위를 넓히는 데 베팅한다. 이게 증권사 추정과도 맞는 내 베이스 시나리오다.

내가 빗나갈 경로 (약 30%)

수주잔고는 늘었지만 그게 매출로 도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M&A로 붙인 비용이 생각보다 오래 이익률을 누른다. 여기에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한 박자 쉬면 하반기 반등 폭이 밋밋해진다. 무리한 가정이 아니다. 1분기에 이미 그 조합을 한 번 봤다.

그 외 (약 15%)

베스트는 대면적·첨단 패키징 장비에서 대형 고객 추가 수주가 연내 터지며 수주잔고가 한 단계 더 뛰는 경우. 워스트는 뒤에서 말할 대면적 경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니치를 잠식하는 경우다.

파크시스템스의 ‘글로벌 1위’를 나는 이렇게 쪼개서 본다

반도체 웨이퍼 나노 계측·검사 공정
반도체 웨이퍼 계측·검사 공정 (일반 이미지)

여기가 이 일지에서 제일 하고 싶은 얘기다. 시장은 파크시스템스를 “AFM 세계 1위”로 부른다. 그런데 그 1위는 어느 리서치를 보느냐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한다. 파크가 인용하는 리서치(QY Research·MarketsandMarkets)는 AFM 매출 기준으로 파크를 1위, 2023년 점유율 20%대로 본다. 반면 한 경쟁 분석 자료는 Bruker를 35~40%로 잡아 부동의 1위로 보고, 파크를 2~3위(18~20%)로 놓는다. 이 자료는 검증 강도가 낮은 축이라 나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시각으로만 받아들이지만, ‘1위’라는 단어가 정의에 따라 흔들린다는 점은 분명하다.

왜 이렇게 갈릴까. Bruker의 AFM은 거대한 나노분석 포트폴리오의 일부라 회사 전체 매출로 보면 파크(2024년 약 1,650억, 약 1.3억 달러)와 체급이 다르다. 그래서 “AFM 순수 매출 1위”와 “AFM 사업 규모 1위”가 서로 다른 답을 낸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전체 AFM 시장은 파크·Bruker·Keysight·Oxford가 나눠 갖는 과점이지, 파크의 독점이 아니다. 대신 산업용 반도체 AFM이라는 좁은 칸으로 들어가면 파크가 80%대를 쥔다. 나는 넓은 ‘세계 1위’가 아니라 이 좁고 깊은 자리에 돈을 걸었다.

파크시스템스 AFM 점유 2단 구조 — 산업용 반도체 AFM 80%대, 전체 AFM 18~20%
파크시스템스 AFM 점유 구조(자체 작성, 김형태 연구원·경쟁 분석 자료 수치)

글로벌 피어로 견주면 오히려 명확해진다. Bruker는 규모·서비스망·연구시장 브랜드에서 앞서고, 파크는 비접촉 방식과 산업용 자동화에서 앞선다. 파크가 연구시장 전체에서 Bruker를 넘어서는 그림에 나는 베팅하지 않는다. 내 베팅은 반도체 양산 계측이라는 한 칸에서 파크의 점유율이 유지되느냐다. 종목을 넓게 팔면 흔들리는 자리고, 좁게 파고들면 단단한 자리다.

성장 궤적 하나는 짚어둘 만하다. 파크는 회사 자료 기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약 26%로 매출을 키워왔다. AFM 시장 자체가 연 7% 남짓 자라는 걸 감안하면, 파크는 시장보다 몇 배 빠르게 컸다는 뜻이다. 이 격차의 상당 부분이 산업용 반도체 쪽 침투에서 나왔다고 나는 본다. 반대로 말하면, 그 침투가 멈추는 순간 파크의 프리미엄도 식는다. 그래서 나는 이 종목을 ‘성장주’로 막연히 부르기보다, ‘산업용 AFM 니치를 계속 넓힐 수 있느냐’라는 한 문장으로 좁혀서 관리한다.

파크시스템스, 내 가설이 깨지는 조건

내 그림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하는 신호를 미리 적어둔다. 첫째, Bruker가 내놓은 Dimension Nexus, Oxford가 내놓은 대면적 AFM(Jupiter Discovery) 같은 제품이 파크의 대면적·첨단 패키징 라인을 실제 수주에서 밀어내기 시작할 때. 둘째, 하반기 들어 수주잔고가 매출로 소진되는데 신규 수주가 그 자리를 다시 채우지 못하고 잔고가 꺾일 때. 셋째, 산업용 AFM 점유율 80%대라는 니치 지배력 자체가 숫자로 헐리는 정황이 잡힐 때. 다음 시장조사에서 이 80%대 숫자가 눈에 띄게 내려오거나, 삼성·SK 같은 큰손이 대면적 검사에서 경쟁사 장비를 반복 채택하기 시작하면 그게 가장 또렷한 신호가 된다.

이 신호들은 서로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답이 나오는 건 분기 수주잔고와 신규 수주 흐름이다. 그게 2분기·3분기에 계속 쌓이면 니치 지배력 얘기는 뒤로 미뤄도 된다. 반대로 수주가 두 분기 연속 헐거워지면, 나는 대면적 경쟁 신호를 훨씬 무겁게 놓고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다. 빠른 검증점부터 순서대로 확인한다는 게 내 방식이다.

지금 내 결론

나는 파크시스템스를 눌림목에서 분할로 담아 보유 중이다. 1분기 영업이익 -84%라는 헤드라인이 주가를 눌렀을 때, 나는 그게 니치 해자가 깨진 신호가 아니라 출하 타이밍이 뒤로 밀린 자국이라고 읽었다. 솔직히 실적표를 처음 봤을 땐 잠깐 멈칫했다. 그래도 수주잔고 978억을 확인하고 나서 손이 다시 움직였다.

돌아보면 나도 처음 이 회사를 봤을 때 ‘세계 1위’라는 문구에 한 번 취했다가, 그 1위가 리서치마다 다르다는 걸 뒤늦게 알고 내 근거를 산업용 니치로 다시 좁혔다. 그 과정에서 넓은 서사를 걷어낸 게 결과적으로 지금 1분기 쇼크에도 덜 흔들리게 해줬다. 만약 아직도 ‘글로벌 독점’이라는 한 줄로만 이 종목을 들고 있었다면, -84%라는 숫자 앞에서 나는 아마 손을 놓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산 이유가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산업용 80% 니치’라는 좁은 자리라는 점이다. 넓게 부풀린 1위 서사에 기댔다면 나는 지금쯤 흔들렸을 것이다. 이 자리가 대면적 경쟁으로 헐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내 기준점이고, 다음 체크포인트는 2분기 실적과 그때의 수주잔고다. 나는 이렇게 본다. 너라면 이 니치를 얼마나 깊다고 보겠는가.

이 글은 반도체 소부장 해자 시리즈의 전공정 [해자형] 2순위 딥다이브다. 시리즈 전체 지도는 반도체 소부장 해자 지도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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