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SP 주가 반토막, 독점은 깨졌지만 나는 담는다

HPSP 주가는 52주 고점 9만2,000원에서 4만8,500원으로 반토막 났다. 2026년 예스티가 진입하면서 “세계 유일 독점”은 사실 이미 깨졌다. 그런데도 나는 이 회사를 담고 있다. 특허가 아니라 검증·설치기반·원조 신뢰라는 진짜 해자에 베팅하기 때문이다. 내 가설이 깨지는 기준점은 예스티가 토큰 2등 벤더를 넘어 실제 반복 물량을 가져가는 순간이다.

내가 HPSP를 처음 눈여겨본 건 실적표가 아니라 영업이익률 한 줄 때문이었다. 장비 회사가 영업이익률 50%를 낸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처음엔 회계 착시겠거니 했는데 몇 분기를 이어 봐도 그 마진이 유지됐다. 파고들수록 답은 단순했다 — 이 회사가 파는 고압 수소 어닐링(HPA) 장비를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이 회사만 만들었다. 대체할 곳이 없으니 가격을 회사가 쥐었고, 그게 50% 마진의 정체였다. 나는 이 종목을 “언젠가 눌리면 담을 리스트”에 올려뒀다.

그런데 담으려던 순간, 그 전제가 흔들리는 뉴스가 왔다. 2026년 들어 후발주자 예스티가 이 시장에 발을 들였고, 주가는 반토막 났다. 그래서 이 글은 원래 “지금 담아도 되나”였던 질문이, 이제 “독점이 깨졌는데도 담을 이유가 있나”로 바뀐 자리에서 쓰는 답이다. 결론부터 적으면 나는 담는다. 다만 예전 논리(“세계 유일이니까”)가 아니라, 정정된 논리로 담는다.

목차읽는 데 약 9분

먼저 정직하게 — HPSP 독점은 2026년에 깨졌다

미화하지 않고 사실부터 적는다. 2026년 6월 18일 특허법원은 HPSP와 예스티가 낸 심결취소소송 3건을 모두 기각했다. 핵심 특허인 ‘반도체 기판 처리용 챔버 개폐장치’는 유효하다고 봤지만, 동시에 예스티 장비는 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전자신문·ZDNet 보도). 예스티가 회전체결링 없이 외부 도어가 회전하는 다른 구조를 썼다는 게 근거였다. 앞서 5월에는 HPSP의 또 다른 특허(이중벽 구조) 하나가 특허심판원에서 무효 판단을 받기도 했다.

더 중요한 건 서류가 아니라 실물이다. 예스티는 2025년 말 글로벌 반도체사에 HPA 장비 공급을 확정했고, 2026년 하반기 납품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 삼성전자와 반도체 장비 공급계약 3건, 약 435억원을 잇따라 공시했다(DART·이포커스). 이건 예스티 지난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즉 “세계 유일”은 끝났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이 종목을 이야기하는 건 자기 기만이다.

그런데도 HPSP 주가를 담는 이유 — 진짜 해자는 특허가 아니다

여기서부터가 내 판단이다. 반도체 장비에서 진짜 해자는 특허 한 장이 아니라 검증·설치기반·전환비용이다. 고객 팹은 한 번 검증해 라인에 올린 미션 크리티컬 장비를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새 벤더를 넣으려면 수율·신뢰성을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야 하고, 그 사이 라인이 흔들리면 손실이 장비 몇 대 값을 훌쩍 넘는다. 특히 HPA는 선단 공정의 수율에 직접 관여하는 장비라, 검증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실패의 대가가 크다. 그래서 실물 거래 현장에서 고객은 웬만하면 원조를, 수년간 검증된 쪽을 원한다. 후발주자는 단가를 후려치거나 특별 조건을 걸지 않으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 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HPSP가 특허법원 변론에서 스스로 밝힌 대목이 이 해자를 잘 보여준다. HPSP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유수 기업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고 준비서면에 적었다. 세계 3대 선단 반도체 제조사가 모두 이 회사 장비를 검증해 라인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특허는 우회당할 수 있어도, 이 세 곳의 라인에 박힌 레퍼런스와 그 위에 쌓인 수년치 데이터는 후발주자가 하루아침에 복제할 수 없다. 이게 내가 “유일”을 잃은 이 회사에 여전히 무게를 두는 진짜 근거다.

그 관점에서 보면 예스티의 삼성 수주도 다르게 읽힌다. 이건 예스티가 원조를 이겼다기보다, 반도체사들이 단일 벤더 의존을 구조적 위험으로 보고 일부러 2등 소스를 키우는 멀티 벤더 전략의 결과에 가깝다. 실제로 예스티가 내세운 무기는 성능이라기보다 생산성 — 한 번에 웨이퍼 125장을 처리해 HPSP의 75장 대비 약 60% 많다는 점이다. 나는 이걸 무시하지 않는다. 다만 2등 벤더가 초기 물량을 따는 것과, 원조의 지배력을 실제로 무너뜨리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나는 HPSP가 “유일”은 잃었어도 “지배”는 당분간 유지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 삼성증권이 과거 HPSP 점유율 전망을 80%에서 95%로 올렸을 만큼 이 회사의 설치기반은 두껍다.

반도체 웨이퍼 검사
반도체 웨이퍼 검사 자료사진

HPSP 수요는 파이 자체가 커지는 쪽이다

지배력이 유지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 자체가 커져야 한다. 그런데 HPA 수요는 지금 구조적으로 커지는 쪽이다. TSMC에 이어 삼성전자·인텔·라피더스가 2나노 공정을 밀고 있고, 선단 노드로 갈수록 계면 처리 수요가 늘어난다. 미세화가 유발하는 열 발생량 증가를 감안하면 고압 장비의 활용성이 더 부각되는 환경이라는 게 셀사이드의 시각이다(대신증권 4월 리포트). 메모리도 마찬가지다 — DRAM 1d 공정 개발이 2026년 3분기 완료 예정이고, 300단 이상 고단 낸드의 하이브리드 본딩에서도 활용 가치가 커질 것으로 본다.

숫자로도 그 방향이 보인다. 대신증권은 HPSP의 로직·파운드리향 장비 매출이 2025년 900억원 초반에서 2026년 1,244억원, 2027년 1,534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가 커지면, 멀티 벤더로 나뉘더라도 원조가 여전히 가장 큰 몫을 가져간다. 그 곡선의 뒤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라는 더 큰 배경이 있다 — 선단 공정과 고단 낸드 수요가 식지 않는 한, 그 공정에 필수인 이 장비의 자리도 유지된다. 나는 HPSP 주가를 단기 실적이 아니라 이 다년간의 수요 곡선 위에 놓고 본다.

자본 배분도 담는 이유에 얹힌다. HPSP는 2030년까지 고압수소어닐링 매출 5,000억원과 평균 ROE 25%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고, 배당성향을 2023년 9%대에서 2024년 55.9%, 2025년 55.7%로 끌어올렸다. 올해 2월에는 보통주 169만여 주를 소각했다. 지배력이 시험받는 국면일수록, 번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회사라는 점은 기다리는 동안의 명분이 된다.

HPSP 주가를 뜯어본 숫자들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하자. HPSP 주가는 7월 초 기준 4만8,500원이다. 52주 범위가 2만4,300원에서 9만2,000원 — 1년 새 거의 네 배를 오갔다. 이 진폭 자체가 이 종목의 성격을 말해준다. 독점이라는 확신과 그 독점이 깨질 수 있다는 공포가 번갈아 주가를 지배한다.

실적 전망은 위를 가리킨다. 증권가 추정 2026년 매출은 2,341억원(+33%), 영업이익은 1,245억원(+37%)으로,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다(한화투자증권 기준). 애널리스트 7명이 매수, 매도는 0명이고, 12개월 목표주가 평균은 6만9,714원으로 현재가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 다만 나는 이 목표가들을 내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건 증권사의 숫자고, 내가 보는 건 “이 지배력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다.

반대편 — 반드시 본다: 예스티는 삼성에 약 435억원(자사 지난해 매출의 약 절반)을 수주했고, 125장 배치로 생산성 우위를 내세운다. 반도체사의 멀티 벤더 선호도 후발주자에게 유리하다. HPSP 자신도 2026년 1분기 별도 매출이 전년 대비 13.4%, 영업이익이 13.7% 줄었다(설비투자 속도 조절). 독점이라고 사이클에서, 이제는 경쟁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한편 예스티의 체급은 아직 HPSP의 5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매출 871억원에 영업이익률 4.4%로, HPSP의 50%대 마진과는 격이 다르다. 지배주주 기준으로는 순손실을 낸 해도 있었다. 다만 정직하게 보면 예스티도 회복 중이긴 하다 — 2026년 1분기 매출 275억원에 영업이익률 11.1%로 흑자 전환했고, 삼성 수주가 그 뒤를 받친다. 그래서 나는 예스티를 “무시할 상대”로 깎아내리지도, “독점을 무너뜨린 승자”로 과대평가하지도 않는다. 지금 확실한 건 하나다 — 예스티의 진입은 HPSP의 “독점”을 끝냈지만, “지배”까지 끝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초기 수주와 지속 물량은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격차를 근거로 담되, 그 격차가 좁혀지는지를 아래 기준점으로 계속 검증한다.

내가 이 HPSP 주가를 눌림목으로 보는 근거 — 목표가가 갈리는 이유

여기가 이 글의 핵심이다. 이 종목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증권가 목표주가가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점이다. 어떤 하우스는 3만8,000원을 부르고, 평균은 6만9,714원, 최고는 8만5,000원이다. 같은 회사를 두고 두 배 넘게 벌어진다. 나는 이 스프레드가 이 종목의 진짜 논쟁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본다 — 시장은 “독점이 깨진 이 회사에 아직 얼마의 프리미엄을 줄 것인가”를 두고 갈려 있다.

낮게 부르는 쪽은 멀티 벤더 구조화로 프리미엄이 소멸한다고 본다. 높게 부르는 쪽은 원조의 지배력과 커지는 파이가 그 리스크를 압도한다고 본다. 나는 여기서 높은 쪽에 서 있다. 이유는 앞서 적은 대로, 검증된 원조 장비의 전환비용이 특허보다 훨씬 끈끈하기 때문이다. 특허는 우회당했지만, 수년간 삼성·SK·TSMC 라인에서 검증된 레퍼런스와 50%짜리 마진을 지탱하는 원가·수율 노하우는 우회가 안 된다. 그래서 나는 HPSP 주가의 이번 반토막을, 독점 소멸이 이미 가격에 상당히 반영된 자리로 읽는다.

두 갈래로 정리하면 이렇다. 지배가 유지되는 쪽에서는, 고객이 검증된 원조를 계속 주력으로 쓰고 예스티는 보조 2등 벤더에 머물며, 2나노·고단 낸드로 커지는 파이에서 HPSP가 가장 큰 몫을 가져간다. 이 경로라면 지금 반토막 자리는 과매도다. 지배가 무너지는 쪽에서는, 예스티가 초기 수주를 발판으로 반복 물량과 추가 고객을 늘려 원조의 점유율과 마진을 실제로 갉는다. 그러면 50%짜리 영업이익률은 시장 마진으로 수렴하고, 이 종목의 프리미엄 근거가 사라진다. 나는 앞쪽에 무게를 두되, 뒤쪽을 무시하지 않기 위해 기준점을 못 박아둔다.

한 가지 관점을 더 붙이자면, 대체 불가한 공정 장비는 원래 이렇게 논쟁적으로 평가받는다. 노광 장비의 ASML도 엄밀히는 완전 독점이 아니라 압도적 과점이지만, 검증·전환비용이라는 해자로 오래 프리미엄을 유지해왔다. 진짜 방어선은 특허 목록이 아니라 고객 라인에 박힌 설치기반이라는 뜻이다. HPSP는 규모는 훨씬 작지만, 지금 시험받는 것도 정확히 그 설치기반의 두께다.

HPSP 12개월 목표주가 스프레드 — 최저 3만8천원 평균 6만9714원 최고 8만5천원
HPSP 12개월 목표주가 스프레드(자체 작성, 애널리스트 7명 컨센서스)
선단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 로직 칩 패키지
선단 공정 로직 칩 — 2나노 수요가 파이를 키운다 (스톡 이미지)

HPSP 주가 가설이 깨지는 기준점 — 예스티의 실물 물량

그러니 선을 분명히 그어둔다. 예전 글에서 나는 이 기준점을 “2026년 11월 특허 만료”로 잡았는데, 그건 틀렸다. 이미 특허가 아니라 실물에서 경쟁이 시작됐으니, 기준점도 실물로 바꾼다.

내가 이 눌림목 판단을 접는 조건은 이렇다. 예스티가 2026년 하반기 첫 납품을 넘어 삼성·SK하이닉스에서 반복 수주와 추가 발주를 지속적으로 따내고, 그게 HPSP의 점유율과 마진을 실제 숫자로 갉기 시작한다면 — 그건 2등 벤더의 초기 진입이 아니라 지배의 균열이라는 신호다. 특히 HPSP의 영업이익률이 50%대에서 뚜렷이 내려앉는다면, 그건 원조가 가격 결정권을 잃기 시작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다. 이 신호가 확인되는 순간, 나는 담기를 멈추고 이 종목을 다시 평가한다.

담는 방식에도 이 기준점이 반영돼 있다. 나는 한 번에 크게가 아니라, 반토막 난 이 영역부터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담는다. 그리고 그 속도를 예스티의 하반기 양산 실적이라는 이벤트에 맞춘다 — 예스티가 초기 물량에 그친다면 눌릴 때마다 조금씩 더하고, 반복 수주로 확산되는 신호가 보이면 담는 손을 멈추고 관찰 모드로 전환한다. 구체적으로 내가 매 분기 확인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예스티의 추가 삼성·SK 수주 공시 여부, 다른 하나는 HPSP의 분기 영업이익률이 50%대를 지키는지다. 앞의 것이 늘고 뒤의 것이 무너지면 그게 바로 지배 균열의 실증이다. 지배력에 베팅하되, 그 지배력이 시험받는 지점을 미리 알고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것

정리하면, 나는 HPSP의 반토막을 “독점이 깨졌다”는 사실이 이미 상당히 반영된 자리로 보고, 특허가 아니라 검증·설치기반·원조 신뢰라는 진짜 해자에 베팅해 분할로 담고 있다. 대신 예스티의 실물 물량 확산을 기준점으로 걸어두고, 그 선이 무너지면 판단을 바꾼다. 담는 근거는 감이 아니라 지배력·커지는 파이·50% 마진이고, 파는 트리거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 원조의 점유율과 마진이 실제로 깎이는 신호다.

솔직히 반성할 것도 적어둔다. 나는 이 종목을 “세계 유일 독점”으로 너무 오래 안심하고 봤고, 예스티의 진입 속도를 늦게 알아챘다. 며칠 전까지도 나는 이 회사의 기준점을 엉뚱하게 “특허 만료”에 걸어두고 있었다. 이 글은 그 판단을 정정한 기록이기도 하다. 매매일지의 값어치는 틀렸을 때 틀렸다고 다시 적는 데 있다고 믿는다. 이건 나를 위한 기록이고 내 판단이지, 누구에게 사라 마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같은 반토막을 위험으로 읽는 사람이 있을 거고, 그 판단도 존중한다.

나는 이제 매일 특허 뉴스가 아니라 예스티의 수주 공시와 HPSP의 분기 마진을 함께 본다. 원조의 지배가 숫자에서 흔들리는 첫 신호가 오는 날, 이 일지에 판단을 바꿨다고 정직하게 다시 적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유일함은 잃었어도 지배력은 남은 이 회사가 반토막 나 있는 자리를 나는 기회로 본다.

이 글은 반도체 소부장 해자 시리즈의 전공정 [해자형] 1순위 딥다이브다. 시리즈 전체 지도는 반도체 소부장 해자 지도 — 4,755조 클러스터의 진짜 대장에서 볼 수 있고, 같은 전공정 소부장 축의 파크시스템스도 1분기 쇼크로 같은 해자 시험대에 올랐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