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총 1위 내준 날 증권사는 목표가를 올렸다
먼저 결론부터
삼성전자가 2026년 6월 22일 종가 기준으로 SK하이닉스에 코스피 시가총액 1위를 내줬다. 보통주 기준 25년 7개월 만의 자리 교체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같은 1분기에 영업이익 57.2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업계 최초로 HBM4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상태였다. 더 이상한 건 셀사이드다. 대장주를 내주는 동안 증권사들은 오히려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렸다. ‘삼전 소외’라는 말과 추정치 폭증이 같은 시점에 공존한다. 나는 이 회사를 팔지 않았다. HBM4에서 SK하이닉스를 실제 숫자로 따라잡는지가 확인될 때까지 들고 가되, 그 기준점이 깨지면 생각을 바꾼다.
목차
삼성전자가 대장주를 내준 날, 나는 매도 버튼에서 손을 뗐다
2026년 6월 22일,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표가 25년 7개월 만에 뒤집혔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00년 11월 이후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자리다. 뉴스 헤드라인은 온통 ‘왕좌 교체’였고, 종목 게시판은 ‘삼전 끝났다’와 ‘지금이 바닥이다’로 두 쪽이 났다. 마침 얼마 전 나는 SK하이닉스를 가격 부담 때문에 패스했다고 적은 참이었는데, 그 SK하이닉스가 진짜로 대장주가 된 것이다.
그날 나도 잠깐 흔들렸다. 명색이 25년 대장주가 자리를 내줬다는 건 상징적으로 무겁다. 그런데 매도 버튼 위에서 손이 멈췄다. 내가 이걸 들고 있는 근거가 ‘1위라서’였는지, 아니면 회사 실적과 다음 사이클이었는지를 다시 물었기 때문이다. 타이틀 때문에 들고 있었다면 지금 팔아야 맞다. 그런데 내가 봤던 두 가지는 그날 하루로 바뀐 게 없었다. 이 글은 그 멈칫한 순간을 한 줄씩 풀어 적은 기록이다.


타이틀을 빼고 삼성전자를 다시 본 근거 셋
순위표를 지우고 회사만 놓고 보면 뭐가 남나. 내가 이걸 계속 들고 있는 근거는 셋이다. 자리만 보고 들었다면 진작 정리했을 거다.
첫째, 실적이 역대 최대다. 삼성전자는 2026년 1분기에 연결 매출 133.9조원, 영업이익 57.2조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률 42.8%, 순이익 47조원으로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국내 기업 사상 처음으로 단일 분기 영업이익 50조원을 넘긴 숫자다. 시총 1위를 내준 회사가 같은 기간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는 건, 시장이 보는 게 ‘지금 이익’이 아니라 ‘미래 레버리지’라는 뜻이다. 그 간극이 내겐 오히려 기회로 보였다.
둘째, HBM4에서 처음으로 같은 출발선에 섰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업계 최초로 HBM4와 차세대 저전력 모듈 SOCAMM2를 동시 양산·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HBM3E 세대까지 삼성은 SK하이닉스에 명백히 뒤처져 있었다. 디일렉·더벨 등 업계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HBM3E 12단에서 삼성은 SK하이닉스보다 약 30% 낮은 가격에 납품했을 만큼 협상력이 약했다. 그런데 HBM4에서는 양사가 엔비디아에 유사한 단가(업계 추정 12단 600달러 안팎)로 납품하는 구도가 형성됐다고 보도됐다. 가격을 깎아주지 않고도 같은 줄에 섰다는 것 자체가 변화다.
셋째, 삼성만 가진 턴키 구조가 있다. 메모리 설계와 생산, 파운드리 로직 공정,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모두 안에서 해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HBM이 규격품에서 고객 맞춤형(커스텀)으로 진화하는 7세대 HBM4E 구간에서, 고객이 원하는 로직 다이를 직접 설계해 넣고 패키징까지 한 번에 끝내는 능력은 SK하이닉스에 없는 무기다. 파운드리 쪽도 1분기 비수기로 실적은 빠졌지만, 전자신문 보도 기준 그록(Groq)의 LPU와 테슬라향 A16 칩 양산 수주가 확정되며 비메모리 회복 기대가 붙고 있다. 메모리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 이 구간에선 약점이 아니라 옵션이다.
실적도, 다음 카드도 그날 바뀐 게 없었다. 바뀐 건 순위표뿐이었다.
삼성전자 실적, 회사 발표와 증권사 추정을 갈라 본다
들고 있는 근거를 적었으니, 이제 숫자를 펼쳐 본다. 아래 표는 회사 공식 발표(1분기 실적)와 증권사 추정치를 출처별로 구분한 것이다. 추정치는 추정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기관명과 날짜를 함께 적었다.
| 항목 | 수치 | 출처 |
|---|---|---|
| 1분기 매출 / 영업이익 | 133.9조 / 57.2조 (OPM 42.8%) | 회사 발표(4월) |
| 1분기 순이익 | 47조 (역대 최대) | 회사 발표(4월) |
| 2026년 영업이익 추정 | 360조 | KB증권(5/4 추정) |
| 2026년 영업이익 추정 | 371.9조 (DS OPM 71.5%) | 미래에셋증권(5/21 추정) |
| 2026년 영업이익 추정(연초) | 148조 | 유진투자증권(1/30 추정) |
| 12개월 목표주가 평균 | 약 45만원 (애널 36명) | 인베스팅닷컴 컨센서스(6월) |
| 보통주 종가 / 우선주 종가 | 354,500원 / 224,000원 (6/22) | 거래소·언론 보도 |
표를 채우면서 가장 눈에 걸린 건 추정치의 폭이다. 유진투자증권은 1월 30일 2026년 영업이익을 148조원으로 봤는데, KB증권은 5월 4일 360조, 미래에셋증권은 5월 21일 371.9조로 봤다. 넉 달 만에 셀사이드 추정이 두 배 넘게 뛴 것이다. 같은 기간 목표주가도 미래에셋 기준 40만원에서 48만원으로 올라갔다. 시총 1위를 내주는 ‘소외’ 분위기와, 추정치가 두 배로 뛰는 ‘폭증’이 같은 회사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삼전 소외’라는 말이 자꾸 걸린다
여기서부터는 시장 다수 의견과 내 시각이 갈리는 지점이다.
첫째, ‘삼전 소외’는 분위기지 숫자가 아니다. 추정치가 넉 달 만에 두 배가 됐다는 건, 적어도 셀사이드는 소외가 아니라 정반대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KB증권은 5월 4일 보고서에서 2027년 메모리 공급이 2026년보다 더 타이트해질 것이라며 ‘사실상 팔 물량이 부족한 공급 제로의 시대’라는 표현까지 썼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진짜라면, 그 사이클의 두 거인 중 하나만 수혜를 보고 다른 하나는 소외된다는 시나리오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둘째, HBM4 구간은 HBM3E 구간과 출발점이 다르다. 삼성은 HBM3E 12단에서 발열·속도 문제로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가 1년 넘게 지연됐던 아픈 이력이 있다. 그 지연이 지난 2년 ‘삼전 소외’의 뿌리다. 하지만 HBM4에서 삼성은 SK하이닉스보다 한 단계 앞선 1c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를 적용했고, 동작 속도(11Gbps 이상)에서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디일렉 보도 기준 양사가 비슷한 단가로 협상을 마쳤다는 것 자체가 삼성의 협상력이 회복됐다는 신호다. 물론 이건 ‘주도권을 가져왔다’가 아니라 ‘같은 줄에 섰다’는 수준이다. 그 차이는 뒤에서 분명히 한다.
셋째, 우선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SK하이닉스 시총 1위‘라는 표현은 보통주만 센 숫자다. 삼성전자는 우선주(삼성전자우)까지 합산하면 여전히 1위라고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보통주만으로 기업 전체 시총을 산출하는 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회사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순위 교체가 펀더멘털의 역전이라기보다 계산 방식과 수급이 만든 ‘주가 이벤트’에 가깝다는 방증으로 읽혔다. 키움증권 한 연구원도 두 회사가 HBM·D램에서 같은 재료를 공유하는 만큼 시장 프리미엄이 완전히 역전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잠깐, 삼성전자우는 따로 봐야 하나
위에서 우선주가 시총 논쟁의 핵심이라 잠깐 더 적는다. 나는 삼성전자 우선주(005935)를 보통주와 완전히 다른 종목으로 보지는 않는다. 같은 회사의 같은 현금흐름을 공유하니까. 다만 6월 22일 기준 우선주는 22만4000원으로 보통주(35만4500원)보다 약 37% 싸게 거래됐다. 분기 배당은 회사 이사회 결의 기준 보통주·우선주 모두 372원으로 동일하다. 같은 배당을 받는데 37% 싸게 사는 셈이라, 단순 배당수익률만 놓고 보면 우선주가 더 높다.
그래서 내 정리는 이렇다. 의결권이 필요 없고 배당과 가격 매력만 보는 자리라면 우선주가 합리적이고, HBM4 따라잡기 같은 성장 스토리에 베팅하는 자리라면 보통주가 직접적이다. 둘은 같은 베팅의 다른 진입구지, 별개의 회사가 아니다. 나는 이 구분만 명확히 해두고 본론으로 돌아간다.
삼성전자를 어떻게 보나 — 두 갈래 시나리오
나는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갈림길은 결국 HBM4에서 갈린다.
시나리오 A — 따라잡기가 숫자로 확인된다. 삼성이 HBM4 12단을 엔비디아에 안정적으로 양산 공급하고, 올해 엔비디아향 물량 점유율을 30%대에서 끌어올린다. 7세대 HBM4E·커스텀 HBM 구간에서 턴키 강점이 발휘된다. 이 경우 ‘삼전 소외’는 지난 2년의 이야기가 되고, 두 배로 뛴 셀사이드 추정치가 실적으로 증명된다. 시총 1위는 다시 엎치락뒤치락하는 구도로 돌아간다. 내가 안 판 이유가 맞아떨어지는 길이다.
시나리오 B — 격차가 고착된다. HBM은 통상 연 단위 계약이라, 업계는 올해 엔비디아향 HBM4 물량의 60% 이상을 SK하이닉스가 이미 확보했다고 본다. 삼성의 점유율이 30%대 초반에 한 해 내내 갇히고, HBM4E에서도 SK 선점이 재현되면,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격차를 못 좁힌다. 여기에 파운드리 적자(증권사들은 올해 수조원대 적자를 추정한다)가 길어지면, 메모리만 보는 시장에서 ‘다각화 디스카운트’가 더 굳어진다. 이 경우 시총 2위는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새 질서가 된다.
두 시나리오 모두 ‘실적이 나쁘다’는 가정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은 둘 다에서 역대급 이익을 낸다. 갈리는 건 이익의 절대 크기가 아니라, AI 메모리에서 1등 프리미엄을 받느냐 2등 디스카운트를 받느냐다.
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조건
안 팔았다고 적었으니, 어떤 조건에서 생각을 바꾸는지도 같이 적어야 공정하다. 내가 보는 기준점은 셋이다.
하나, HBM4 엔비디아향 물량 점유율이 올해 내내 30%대 초반을 못 벗어나고, 7세대 HBM4E 초기 계약에서도 SK하이닉스가 다시 대부분을 가져가는 게 확인되면, ‘같은 줄에 섰다’는 내 전제가 틀린 것이다. 둘, 파운드리 적자가 축소는커녕 확대되며 2027년까지 흑자 전환 경로가 안 보이면, 다각화는 옵션이 아니라 짐이 된다. 셋, 7월 초 발표될 2분기 잠정 실적과 그 뒤 확정 실적에서 메모리 영업이익률이 시장 추정(증권사들이 2분기 OPM 50% 안팎을 본다)을 크게 밑돌면, 슈퍼사이클 전제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 셋 중 둘 이상이 동시에 확인되면 나는 보유 비중을 줄인다. 하나만 어긋나면 일단 분기 실적을 한 번 더 보고 판단한다. 시총 순위가 다시 뒤집히는지 여부는 내 기준점이 아니다. 순위는 수급이 만드는 결과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의 내 결론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HBM4 양산을 시작한 그날 대장주 자리를 내줬고, 같은 시점에 증권사들은 목표가를 올렸다. 시장의 ‘소외’와 셀사이드의 ‘폭증’이 한 회사에서 부딪힌다. 나는 이 간극을 기회로 보고 팔지 않았지만, HBM4 따라잡기가 숫자로 확인되지 않으면 그 판단은 틀린 게 된다. 다음 확인 지점은 7월 초 2분기 잠정 실적이다. 그때 점유율과 마진을 다시 펼쳐 보고, 이 기록을 갱신하겠다.